김문수, 7일 저녁 한덕수와 첫 단일화 독대
"11일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 되는 거냐"
전혀 다른 단일화 개념에 빈손으로 끝나
"김문수, 11일까지 버티기 전략 고수할 것"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첫 단일화 독대에 나서면서 극적 단일화 합의를 향한 기대가 일었으나, 75분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빈 손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가 생각하는 '단일화' 개념과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의원들과 당원·지지층이 상정해온 단일화 개념이 전혀 다르단 점이 드러났다.
김문수 후보는 7일 오후 6시께부터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에 나섰다. 회담은 배석자 없이, 1시간 15분가량 진행됐다.
그러나 두 후보의 회동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한 후보가 먼저 식당에서 나와 자리를 떴으며, 이후 퇴장한 김 후보가 한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한 후보 대신 결과 브리핑에 나선 이정현 대변인은 "특별하게 합의 된 사안은 없다"며 "한 후보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시피 '당에서 단일화에 대해 입장을 정해달라. 입장을 정해주면 거기에 응할 것이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과 같다"고 전했다.
이후 김 후보가 취재진을 만나 회담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김 후보는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을 한 후보에게 말했는데, 한 후보는 '오후에 발표한 긴급 기자회견 내용 그대로다. 거기서 조금 더 보태거나 더 진척할 것은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당에 맡겼다. 당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 이 말만 확고하고 반복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1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가 되는 거냐'고 물으니, (한 후보가) '그렇다'고 했다"며 "본인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도 없고, 당에서는 (무소속) 등록 자체에 대한 계획이나 그런 것을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회동 직전인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단일화의 세부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전혀 없다"며 "단일화 절차는 국민의힘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 이것이 나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방식에 대해서는 여론조사·TV토론 등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면 아무런 불만 없이 임하고 결과에도 승복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는 한 후보가 오는 11일 전까지 단일화를 하자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해석됐으나, 김 후보가 받아들이는 생각은 달랐던 셈이다. 김 후보는 11일이 지나면 한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지 않는다니 '자동으로 단일화'가 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김 후보는 추가 회동과 관련해서 "(한 후보에게) 다시 만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물으니 '만날 필요가 없다' '난 당에다 다 일임했고 아까 긴급 기자회견이 (내 입장의) 전부'(라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자"며 8일 추가 회동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11일까지 버티면 최종 후보
상대방이 후보등록 하지 않고
나 혼자 등록하면 자동 단일화?
독자 '꼿꼿 행보' 지속 전망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지만, 김 후보가 이해하는 '단일화' 개념이 그간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원들과 당원·지지층이 생각한 '단일화'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당원과 지지자들은 전당대회로 후보를 선출하면 이후 한덕수 후보와 TV토론을 거쳐 여론조사, 경선 등의 절차를 통해 하나의 후보를 다시 선출하는 것을 '단일화'라고 생각했으나, 김 후보는 후보 등록 시점에 한 명만 등록하면 '자동으로 단일화'가 성사된다는 생각 아래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후보는 선관위 후보등록 마감시한인 오는 11일까지 버티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동 직후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예정됐으나, 김 후보 측은 지도부 및 의원들과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제부터는 다시 대선 후보로서 정상적인 대선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이 단일화를 위해 이날 돌린 전당원 조사를 두고도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김 후보는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1일 후보 등록을 통해 사실상 '단일화가 성사됐다'는 형식을 만들며 독자 대권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덕수 후보가 8일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 대구·경북에 내려가겠다는 일정을 예고하자,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 관련 추가 논의를 갖자"며 서울에서 오후 4시에 만나자고 제안을 던진 것도 외형상으로는 단일화의 불씨를 살리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한 후보의 동력을 상실시키면서 남은 시간을 소진해 혼자 후보로 등록하는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11일까지 버티면 (김 후보가) 후보 자리를 먹을텐데, 단일화를 왜 하겠느냐"라며 "한덕수 후보의 발언은 김 후보에게 사실상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료 출신이어서 한 후보가 함의를 모르고 얘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리를 지키는게 배수의 진이지 내려놓는 게 배수진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회동 전 기자회견을 보고 김문수 후보 측은 '고맙다. 며칠만 버티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이미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며 "(8일의 회동 제안 등의 행보는) 시간을 끌기 위한 지연 작전일 뿐, '(한 후보와) 논의가 진행 안된다' '한 후보의 출마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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