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파업' 지친 소비자와 평행선 달리는 택배노사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1.06.09 15:07  수정 2021.06.09 15:48

반복되는 파업 소식에 피로감↑…더운 날씨에 신선‧냉동식품 변질 우려도

분류 인력 투입 놓고 택배사 “유예 기간 필요” VS 노조 “즉각 이행”

대안 없는 영세업체…“정부 지원 등 다각도에서 대안 모색해야”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마포 터미널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 분류 인력 투입을 놓고 택배사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출근지연, 분류 작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이어 전면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주문 의존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배송 지연 등 택배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쟁의권이 있는 택배노조원 2000여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출근 시간을 2시간 늦춰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선다.


전날인 8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회의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참가 주체 중 하나인 택배사 대리점연합회가 불참하면서 합의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연합회 측은 지난 7일부터 지연출근, 분류작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선 노조의 집단행동에 반발해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리점연합회가 불참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여전히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 시간을 끌고 타결을 미뤄 적용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고 하는 것이 핵심적 결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주문 생활화…소비자들 “파업 때마다 철렁”

작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감고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생필품 등 대부분의 쇼핑을 온라인 주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를 통해 각 가정으로 상품이 배송되는 만큼 택배노조의 파업 선언은 개별 소비자들의 물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장보기가 생활화 되면서 신선식품 등 주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을 정도로 상승하면서 배송지연으로 상품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식재료를 포함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 주문으로 구매하는데 원하는 시간이나 날짜에 배송되지 않으면 불편할 수 밖에 없어 파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특히 날이 더워지면서 냉동식품이나 고기 등 신선식품 변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고 전했다.


택배 파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만 해도 설 연휴를 앞두고 파업을 선언했다가 막판에 철회하면서 택배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도 개별 택배 노조의 파업과 철회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도 쉽지 않은 인력 투입, 영세업체들은 발만 동동


노사 양측은 갈등의 핵심인 분류인력 투입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합의한 ‘택배 분류 작업은 택배사가 담당한다’는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택배사들은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사업장에 분류 인력을 투입해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경우 현재 4000여명의 분류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고, 롯데와 한진은 일부를 현장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택배기사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반응이다. 대형사에 비해 처리하는 물동량이 적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분류 인력을 확충하고 자동 분류기 등 설비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 투입과 설비 투자를 진행한 올 1분기의 경우 작년 1분기와 비교해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은 17.3%, 한진은 47.6% 줄었다. 이들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5%대인 제조업 평균 이익률의 절반에 불과하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형 택배사들은 인력을 투입하고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합의 내용을 지키려고 하지만 영세한 업체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즉각 이행하라는 노조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모든 책임을 택배사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정부 지원을 포함해 다각도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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