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코인·반려대파·파테크 등 신조어까지 등장
농산물 값 사상 최고치, 지구 온난화·기후 변화 영향
“대파 값이 폭등하여 유명 연예인이 집에서 파를 길러 먹기도 합니다”
지난 4월 15일 오전 MBC 뉴스에서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등장했다. 앞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키의 모습이 뉴스의 영상자료로 사용된 것이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키는 베란다 작은 텃밭에 대파를 키우고, 물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파테크’가 유행이다. 대파 값이 올라 직접 재배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식물을 키우는 홈가드닝 열풍이 불거진 후, 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식탁에 오르는 채소를 직접 길러먹는 이른바 ‘홈파밍’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파를 반려식물처럼 키우는 ‘파테크’ 열풍도 홈파밍의 일종이다. SNS에서도 대파코인, 반려대파 등의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천에 거주 중인 한 직장인 부부는 직접 파와 상추를 키우고 있는데, 단순히 ‘먹거리를 키운다’는 의미보다 ‘반려대파’ ‘반려상추’라고 부르며 애정을 쏟고 있다. 이들은 “시골 부모님에게 상추와 대파 씨앗을 받아와 스티로폼 박스에 키우게 됐다”면서 “상추는 금방 싹이 나고 얼마 되지 않아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 수차례 수확했다”고 전했다. 다만 “대파의 경우는 새싹이 올라오긴 했지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자라지 않는 게 이미 사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을 오래 비울 일이 있을 때는 채소들 걱정부터 하게 된다. 물은 주고 나왔는지, 혹시 나가 있는 동안 모두 죽어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아침마다 일어나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는 재미는 물론, 직접 재배해서 식탁에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파테크 열풍이 이어지자 소비자를 위해 ‘대파 제대로 키워 먹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농진청이 소개한 대파 키우는 법의 핵심은 대파 뿌리를 10㎝가량 심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약 열흘 만에 대파를 수확할 수 있다. 대파가 자라나면 흰 줄기 부분은 남기고 초록색 잎 부분만 수확해 먹는 식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2~3회 정도 반복해서 수확이 가능하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농진청까지 나서서 대파 키워 먹는 법을 소개한 것은 한때 흙대파 한단 가격이 6500원에 달하는 등 올해 들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다. 현재는 한 달 전에 비해 값이 떨어져 1kg에 2441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5월 17일자 기준)에 판매되고 있지만, 평년 5월 중순 판매가인 1415원과 비교하면 약 73%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파테크 열풍엔 씁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려식물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급성장했다면, 파테크 열풍은 대파값 폭등의 영향이 크다. 올해 대파값이 폭등 주요 이유는 지난여름 길었던 장마와 겨울 한파, 폭설로 대파가 잘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체코와 독일 참나무 147그루의 나이테를 확인한 결과 최근 유럽지역 가뭄이 지난 2000년 동안 가장 심했고, 이런 흐름이 농업과 임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파테크 열풍의 배경엔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지구 온난화·기후 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단 말이다. 대파뿐만 아니라 농산물 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도 이런 기후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다.
결국 당장 대파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다른 먹거리 물가 상승이 또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고온이나 저온, 폭우, 일조 부족 등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식탁 위의 씁쓸한 열풍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때 아닌 파테크 열풍을 마냥 웃으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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