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스펙트럼] 숨 막히는 규제 족쇄에 신음하는 유통가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1.04.29 07:00  수정 2021.04.28 17:35

“과거 재벌 규제인 대기업집단·동일인 지정, 현실과 괴리” 지적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부담…“시대 흐름 맞춘 규제 혁신” 절실

배민쇼핑라이브.ⓒ배달의민족

한국 기업들은 규제 덫에 갇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자 이들을 규제하는 법안들도 대거 등장했다.


각종 규제가 갈 길 바쁜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기업들은 갑갑하기만 하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정부가 1986년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세습 등을 막자는 목적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했다.


공정위는 매년 전년도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를 지배하는 자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여기에 재벌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의 거래도 모두 공시해야 한다.


당초 공정위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하자 입장을 선회,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29일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30년도 넘은 재벌 중심의 낡은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오늘날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 사실상 낡은 규제가 신세대 기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인 셈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이사회 등 경영진 견제 장치 등도 마련돼 있다.


또한 요즘 정보기술(IT)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면 기존 재벌과는 다르다. 2010년대에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 네이버, 넷마블 등은 재벌식 순환·상호출자가 없고 친족 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중복규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쿠팡은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미국 내에서 공시와 내부거래 관련 규제를 받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도 대기업집단 지정제 폐지 제안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에는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의 국내 시장 독점이 가능했지만, 지금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위 대기업집단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30대 그룹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감소했다. 이 기간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도 28.8%에서 24.6%로 줄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부담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정위가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고거래의 공정화에 관한법 제정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 제정안(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등이 계류돼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27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방통위가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까지 포괄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대규모와 일반 사업자로 이원화해 각종 의무와 금지행위를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역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기업들이 온라인 쇼핑, 광고 등 플랫폼 서비스를 할 때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시장에서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시대 흐름에 맞춘 규제 혁신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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