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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부채 딜레마'…그래도 청년엔 규제 푼다


입력 2021.04.18 06:00 수정 2021.04.16 12:5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증가율 8%에서 4%로 낮추고, 청년·실수요자에 대출 규제 완화할 듯

금융권 가계빚 급증에 경계…빚 규모 1000조원‧증가 속도 OECD 1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와 청년·무주택자 주거사다리 마련이라는 모순된 정책을 펼쳐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민심부터 수습하라'는 정부여당의 주문 앞에 놓인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청년‧무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됨에 따라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당국은 3월 초로 잡았던 발표 시점을 LH사태 여파로 한 달가량 미뤄야 했다. 정책을 가다듬는 사이 4.7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폭발하면서 가계부채 해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정책 방점도 대출창구 문턱을 낮추는 규제완화 쪽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선거 전후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를 늘리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폭증으로 대출규제 강화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9조 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5000억원 늘었다. 3월 증가폭으로는 지난해 3월에 이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회원국 가운데 가계빚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나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3일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8%대로 치솟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 4%대로 내려 관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외풍'에 정책기조를 잃지 않기 위한 방어전략 성격이란 분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공식석상에서 "올해 가계대출 연착륙을 유도하고 4%대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왔다.


시장에선 부동산 정책 엇박자가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금융당국이 그려온 가계부채 방안의 핵심은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일괄 적용해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것인데, 여당의 개입으로 '대출규제 완화'가 정책자료 제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청년·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책이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무주택자를 위한 대출 규제가 크게 완화될수록 오히려 혜택에서 벗어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거 전후로 여당이 선심성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고 있어 '핀셋' 지원이 아닌 크게 퍼주는 '포크레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줄이는 것과 청년층과 무주택자 등에게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을 두고 최종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궐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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