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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봄꽃 축제 없다”…판로 사라진 막걸리업계 ‘울상’


입력 2021.04.05 07:00 수정 2021.04.02 18:2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역 막걸리 제조 업체들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고사 위기

유통망 갖춘 대형 막걸리 3사…“완벽한 매출 회복 없어”

도수 낮추거나 포장 리뉴얼 등 ‘체질개선’ 속도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돼 있던 봄 축제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소규모 지역 막걸리 제조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판로가 막힌 탓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는 생산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생산량이 적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축제는 해당 지역 전통주를 알릴 수 있는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방문객이 특산물과 함께 지역 술을 맛보면서 자연스레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3월부터는 각 지역마다 봄꽃 축제, 먹거리축제, 각종 체험행사 등 다양한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로나로 인해 잇따라 행사 계획이 취소되고 있다. 이 시기만 오매불망 기다려온 막걸리 업계는 뾰족한 대책 마련도 어려워 그야말로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지역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9~10월 가을에 예고돼 있는 축제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며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하반기 진행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어렵다. 재정 문제가 절대적이다. 온라인 판매에 따른 홍보와 담당 인력 투입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 여기에 판매 및 관리 전문성의 부족과 면허 취득에서의 문제점 등 장애물이 수두룩 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원칙적으로 주류는 온라인으로 판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통주는 산업 보호 차원에서 우체국과 농협 등 특정 쇼핑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전통주 판매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7년 7월부터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허용했다.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조장 소재지 관할 지역이나 인접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은 지역특산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주류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이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민속주) 등도 전통주에 해당한다.


이민식 금광탁약주 대표는 "지역 축제같은 경우 지자체에서 두달 전 취소를 미리 알려주고 있는 데다, 우리 양조장이 있는 경기도 안성은 축제가 1년에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아 피해가 크진 않다"면서도 "매년 2000박스씩 판매하던 것을 못 팔게 됐으니 손해가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판매를 하려고 여러번 시도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현행법상 기존의 면허를 반납하고 새롭게 취득을 해야 하는데 수십년간 고정적으로 판매해 오던 막걸리를 하루아침에 포기할 순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온라인에는 신규 업체가 많고 재미를 보는 업체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 대규모 업체도 힘들다…해외 수출은 그나마 ‘긍정적’


지역 막걸리 제조업체뿐 아니라 전국의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대규모 막걸리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막걸리, 국순당, 지평주조 등 막걸리 3사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막걸리 시장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혼술·홈술의 영향으로 지난해 막걸리 판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완벽한 회복은 없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막걸리업계 어려움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원인은 다양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음주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왔고, 막걸리가 주는 올드한 이미지가 직격탄이 됐다. ‘서민술’ ‘아재술’ 등 낡은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며 젊은층들이 등을 돌리는 부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여기에 편의점 맥주 '4캔 만원'의 시대가 열리면서 소외감이 커졌다. 한-미 FTA에 따른 관세철폐·인하 효과로 수입산 와인의 수요가 증가했고, ‘테슬라’ ‘구름처럼’ 등 소맥(소주+맥주) 주류 트렌트가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막걸리의 입지가 약해졌다.


급기야 2011년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어려움이 증폭됐다. 적합업종 지정 전 5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시장은 시장경쟁이 제한되면서 3000억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동반위는 2015년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시장규모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만, 내수 한계를 뛰어넘고 해외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한국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생된 효과다. 다양한 맛과 활발한 현지 마케팅이 시너지를 내면서 막걸리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국순당은 지난 1~2월 수출액이 145만6000달러(약 16억46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9%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676만5000달러·약 76억4800만원)의 21.5%를 2개월 만에 달성했다.


수출 증가는 프리미엄 막걸리가 주도했다. 살균 막걸리와 과일 막걸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2.9%, 113.2% 늘었다. 살균 막걸리 중에는 프리바이오틱스와 열처리 유산균 배양체가 함유된 프리미엄 막걸리인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국순당뿐 아니라 다른 전통주업체도 활약하고 있다. 서울장수가 지난해 대상을 받은 ‘장홍삼 장수 막걸리’는 지난해 7월부터 미국 외에 일본과 호주, 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그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270% 성장했다.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 이랑이랑’ ⓒ지평주조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 이랑이랑’ ⓒ지평주조
◇ 막걸리업계 ‘혼술·홈술’ 포트폴리오 확장에 박차


막걸리업계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포장을 리뉴얼하는 등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 ‘아재 술’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혼술·홈술’ 관련 포트폴리오 확장에 두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국내 막걸리 시장 1위인 서울장수는 지난해 막걸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녹색 페트병을 투명 병으로 바꿨다. 제품 라벨에도 10일이라는 짧은 유통 기한을 강조하기 위해 ‘십장생(10일 장수 생고집)’이라는 문구를 넣어 재미를 살렸다.


지평주조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지난 2015년 알코올 도수를 보편적인 6도에서 5도로 낮춘 ‘지평생쌀막걸리’ 출시하는 파격 시도를 했다. 또 지난해에는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 이랑이랑’을 선보이며 MZ세대들이 일상에서 막걸리를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색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지평주조는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MZ세대의 주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지평막걸리와 어울리는 이색 안주 조합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와인잔, 칵테일잔, 고급 도자기잔 등을 이용해 색다른 분위기 연출을 제안하는 콘텐츠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2030 젊은층을 겨냥해 자사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수익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나 가치 제고에 더 비중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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