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지방은행, 코로나 방어에 등골 휜다…순익 1조 깨졌다


입력 2021.03.09 06:00 수정 2021.03.08 10:5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부실 대비' 충당금 전입액 6562억…전년比 28.1%↑

수익성 악화 직격탄…금융지원 정책 연장 부담 가중

국내 5대 지방은행 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지방은행 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이 대출 부실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65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새 15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액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신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로 인해 5대 지방은행들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3년 만에 다시 1조원 아래로 추락한 가운데, 정부가 금융사의 부담을 키우는 코로나19 지원 정책을 또 연장하기로 하면서 지방은행의 경영을 둘러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들의 충당금 전입액은 총 6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대구은행이 쌓은 충당금이 같은 기간 1360억원에서 2283억원으로 67.9%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부산은행 역시 1483억원에서 1572억원으로, 전북은행은 283억원에서 745억원으로 각각 6.0%, 163.3%씩 늘었다. 광주은행의 충당금 전입액도 398억원에서 489억원으로 22.9% 증가했다. 경남은행의 충당금 전입액만 1600억원에서 1473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이런 지방은행들의 충당금 확대는 그 만큼 대출에서 예상되는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 충격이 누적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여력이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은 위기에 미리 대처하려는 성격이지만, 그 부담은 곧바로 가시화하고 있다. 쌓은 충당금만큼 금융사의 순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지방은행들이 지난해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9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이로써 5대 지방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1조원을 밑돌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충당금 확대로 실적에 발목을 잡힌 것은 비단 지방은행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순이익도 7조79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에 대한 염려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익 체력에 있다. 대형 시중은행들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충격에 한층 민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BNK금융·DGB금융·JB금융 등 지방은행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금융그룹들의 지난해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68%로,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그룹 평균(8.01%)을 0.33%p 밑돌았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금융권의 대표적인 경영 효율성 지표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지방은행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금융권의 대출 만기·이자 상환 연장 조치는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다.


금융권 관계자는 "1년 넘게 이어지게 된 금융정책의 영향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당분간 금융사들의 충당금 압박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같은 제1금융권이기는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이익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이 느낄 충당금 압박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