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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세자매'·'고백', 아동학대 다루는 달라진 영화의 시선


입력 2021.01.22 00:00 수정 2021.01.21 22:4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아동학대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관심…자극적·폭력적 표현 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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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일명 '정인이 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분노에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였다. 물론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권과 정부의 '뒷북 움직임'이기에 비난을 받았다. 이들이 '뒤늦은 움직임'을 보일 때, 문화계는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의 끈을 이어갔다.


최근 영화 '세자매', '고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둘 다 아동학대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아동학대가 여전하다는 걸 상기시키는 동시에 미디어로서 관심을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확인한 영화의 핵심은 세 자매의 기억 속 단단하게 묶여버린 매듭은 '아동학대'였다.


아동학대를 받고 자란 세자매는 보통의 일상을 살고 있으나, 무의식 속 트라우마로 표출된다. 세자매 중 유일하게 맞고 자란 희숙(김선영 분)은 남 눈치를 살피는 어른으로 표현했다. 언제나 "미안하다", "그지같지"란 말을 달고 살며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아무도 모르게 자해를 시도한다. 둘째 미연(문소리 분)은 교수 남편에 52평짜리 아파트에 살며 성가대 지휘자를 맡아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제일 애쓰고 살아가는 어른이 됐다.


막내 미옥(장윤주 분)은 맨날 취해 욕을 달고 살며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남자와 결혼해 삶을 꾸리고 있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이'라고 부르는 아들이지만, 남편이 아들을 때리는 것만은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이들의 기억 속을 따라가면 엄격한 아버지가 존재한다. 주로 희숙과 막내 아들이 폭력을 당하고 둘째 미연과 미옥은 그걸 지켜보게 된다. 정서적으로도 아버지의 폭력을 지켜보는 일은 자매에게 큰 트라우마로 자리잡혔다.


영화는 과거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사랑의 매"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방관하는 태도도 놓치지 않았다. 동네어른들은 도망 나와 아버지를 신고하겠다는 미연을 호되게 꾸짖는다.


아동학대를 중점적으로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아 어른으로 자랐는지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점이 흥미롭다. 아동학대로 인해 누군가 죽음을 맞이하거나, 크게 다치는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오히려 극적이지 않아 조금 더 현실성있게 비쳐지기도 한다.


2월 개봉을 앞둔 '고백'은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천 원씩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학대하는 부모, 구해주는 유괴범 사이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러니한 질문을 던진다. '고백'의 등장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려 관객들의 공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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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영화는 불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아 아동학대를 짚는 영화의 표현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는 분명 과거와 달라진 표현 방식이다. 과거 '도가니', '도희야',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학대하는 폭력적인 장면을 삽입하며 심각성과 현실성을 강조했다. 특히 '도가니', '도희야'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관객들과 만났다.


어느 표현법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아동 학대를 고발하는 영화들이 관객의 감정을 격하게 흔들거나, 분노만 유발하는 것이 아닌 '공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양성이 사회 고발 영화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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