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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곁으로' 마라도나 타계, 영욕의 60년 드리블


입력 2020.11.26 06:12 수정 2020.11.26 07:2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뇌 수술 퇴원 2주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

영예와 치욕으로 얽힌 60년 인생 마무리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컵 들어 올린 디에고 마라도나. ⓒ 뉴시스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컵 들어 올린 디에고 마라도나. ⓒ 뉴시스

작지만 단단한 몸에 현란한 드리블과 신이 내려준 감각적인 왼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악동’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6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26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우리의 레전드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도 국가적 애도 기간을 선포할 예정이다.


BBC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라도나는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달 초 만성 경막하혈종 진단 아래 뇌수술을 받았는데 퇴원한 지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신의 곁으로 떠난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을 넘어 펠레(브라질)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스타로 꼽히는 선수 중 하나다.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빈민가에서 태어나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라도나는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 FC바르셀로나(스페인), 나폴리(이탈리아) 등을 거쳤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A매치는 91경기(34골)에 이른다. 1979년 세계청소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MVP로 선정됐다. 마라도나는 10개의 공격포인트(5골·5어시스트)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리오넬 메시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위업이다.


‘신의 손’으로도 기억되는 그 대회를 통해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으로 올라섰다.


마라도나를 떠올릴 때, 잉글랜드와의 8강전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50m 이상 드리블 돌파하며 수비수 6명을 제치고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마라도나의 득점은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골로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EPL 번리전에서 70여m를 질주하며 수비수 6명을 제친 손흥민(토트넘) 골과 비교되기도 했다.


클럽 축구에서도 마라도나는 영웅이었다. 마라도나는 1984년부터 1991년까지 6시즌을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소속 SSC나폴리(188경기 81골)에서 활약했다. 이탈리아 남부의 가난한 도시인 나폴리를 두 차례나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1989년에는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유러피언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을 안겼다. 2017년 나폴리시로부터 명예 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폴리 시절 마피아와 얽혀 마약에 빠져든 마라도나는 1997년 10월 30일 은퇴 이후 각종 기행을 저지르며 축구 천재보다는 악동으로 기억된다.


디에고 마라도나 ⓒ 뉴시스 디에고 마라도나 ⓒ 뉴시스

은퇴 이후엔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지난해부터는 아르헨티나 프로팀 힘나시아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선수 시절 명성에는 한참 못 미쳤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에서는 화려하고 창의적인 플레이의 축구 영웅이었지만 은퇴 후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충동적인 사고뭉치였다. 별장으로 찾아온 취재진에 공기총을 발사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경기 중 주심에게 모욕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퇴장을 당했다.


은퇴 이후 지속해서 건강 문제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04년에는 심장 마비로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됐다. 생을 마칠 때까지도 알코올 의존 증상이 나타났다. 마라도나도 생전 인터뷰에서 "마약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떤 선수가 됐을지 여전히 자주 생각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현란한 드리블과 환상적인 골 결정력을 자랑했지만, 밖에서는 사생활 논란과 무릎 골관절염 탓에 뒤뚱뒤뚱 걸으며 온갖 기행을 저지른 마라도나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친딸도 마라도나를 저격했다. 마라도나는 이혼한 아내 클라우디아 비야파녜와 낳은 두 딸 지안니나(29)와 달마(31) 외에 다른 자식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두 여성과의 오랜 법정공방 끝에 디에고 주니어(32), 하나(22) 두 자녀의 존재를 인정해야 했다. 여자친구 베로니카 오헤다와 6살 아들 디에고 페르난도도 낳았다. 밝혀진 자녀만 8명이다. 마라도나와 인연을 끊은 딸 지안니나는 지난해 SNS를 통해 "셋만 더 있으면 축구팀(11명)이 된다. 힘내라"고 비꼬았다.


좌충우돌로 점철된 영욕의 60년 드리블은 이제 멈췄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도 악동으로 이름을 남겼지만 올타임 레전드로 기억될 마라도나는 그래도 마라도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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