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올드무비⑯] 터미네이터 아들 미모에 깜짝 ‘미드나잇 선’


입력 2020.11.01 16:09 수정 2020.11.01 16:09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영화 '미드나잇 선' 스틸컷 ⓒ이하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미드나잇 선' 스틸컷 ⓒ이하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쌀쌀한 가을엔 따스한 멜로가 제격이다. 옷깃을 여미는 바람에도 마음만은 춥지 않게, 뭘 볼까, 멜로영화를 뒤적인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러하듯, 비극이 사랑을 진하게 한다. 약간의 짠맛이 단맛을 더 강하게 하듯이.


멜로영화에 소금 역할을 하는 난관은 집안의 반대, 전쟁, 장거리, 경쟁자, 출생의 비밀 등 다양하다. 그리고 불치병 또는 시한부 인생도 그중 하나다. 영화 ‘미드나잇 선’의 주인공 케이티도 색소성건피증(이하 XP)을 앓고 있다. 케이티(벨라 손 분)에게는 태양이 치명적, 글자 그대로 목숨을 앗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 그렇다고 햇빛만 피하면 장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어느 때 이상반응이 나타나 사망할지 모른다. 불치병에 시한부의 비극이 설상가상 중첩돼 있다.


케이티와 단짝친구 모건(오른쪽) ⓒ 케이티와 단짝친구 모건(오른쪽) ⓒ

다행히 케이티에게는 홈스쿨링 선생님이자 친구 같은 좋은 아빠(롭 리글 분)가 있다. 해 뜨는 아침에 열리는 학교에 가본 적 없는 건 당연, 동네 놀이터 한 번 나갈 수 없는 케이티를 직접 찾아와 “그럼 밤에 오면 되네”라고 말하는 당돌하면서도 속 깊은 모건(퀸 쉐퍼드 분)이 일찌감치 유일한 또래 친구가 된 것도 행운이다. 하지만 다행과 행운으로만 살기엔 인생 팍팍하다. 아빠와 모건과 시간을 보내며 더없이 평안해 보이는 케이티지만 어딘가 허해 보인다.


낮에는 자고 밤에 활동하는 케이티는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를 즐긴다. 노래도 잘하지만 비밀노트에 적어 내려간 가사도, 직접 작곡한 곡조도 애잔하게 아름답다. 케이티가 세상을 만나는 유일한 시간, 동네 기차역에서 한밤중 버스킹을 하는 일. 그나마도 밤 11시 전에, 사정사정해야 자정 전에 귀가해야 하지만 노래를 부르니 좋고 사람들의 공간 속에 나올 수 있어서 더 좋다.


찰리와 케이트(오른쪽) ⓒ 찰리와 케이트(오른쪽) ⓒ

등장할 때가 됐다. 케이티에게 다행 아빠와 행운 친구에 더해 행복을 가져다줄 누구. 이제 막 버스킹을 시작하려는데 그가 나타났다. 이름은 찰리(패트릭 슈워제네거 분. 포털 사이트들은 슈왈제네거로 표기), 유치원 시절부터 10년을 창밖으로 지켜보던 그 아이, 짝사랑의 상대. 찰리가 다가와 말을 건다, 정신이 혼미한 케이티는 멋진 말 한마디 못한 채 허둥지둥 자리를 뜨는데. 예상하다시피 뭔가를 하나 흘리고 온다, 바로 비밀노트. 물러설 찰리가 아니다. 유리구두 한 짝 흘리고 간 신데렐라를 찾듯, 비밀노트를 통해 케이티를 재회한다.


마음 착하고 배려심 깊은 찰리 덕에 케이티는 꿈같은 나날을 보낸다, 물론 해가 없는 밤 동안의 데이트만 가능하지만, 밤은 사랑을 낭만으로 물들이는 솜씨가 좋다. 그런데. 케이트는 찰리에게 자신의 병을 말할 수 없다, 연민과 동정을 받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지금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케이트는 혼자 남을 찰리의 상처가 걱정이고, 그래서 어서 얘기해야 하지만, 해야 한다는 마음과 달리 입은 떨어지지 않는다.


케이티를 위해 다시 힘을 내는 찰리 ⓒ 케이티를 위해 다시 힘을 내는 찰리 ⓒ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떠오르는 해를 본 케이티는 무작정 달린다, 집을 향해 달린다. 미명 아래 단 몇 초였을 뿐인데, 케이티는 아프다. 그제야 자신의 현실을 절감한 케이티, 딴에는 찰리를 위한다며 연인을 밀어낸다. 어쩌면, 자신의 병명을 더이상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리니 차라리 이별을 생각한 걸까.


치료와 대입을 위한 수영 훈련,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 불치병은 운명이 아니지만 케이티와 찰리의 사랑은 운명이어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리고 금빛 데이트를 즐긴다.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영화 ‘미드나잇 선’에는 세 가지 커다란 미덕이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배우이기도 하지만 가수이기도 해서 싱어송라이터 역할에 안성맞춤인 벨라 손의 물 흐르듯 편안한 연기, 그리고 여자들의 이상형 자체를 현실로 보여준 찰리 역의 패트릭 슈워제네거이다.


본래 정보 없이 관람을 즐기는 터라 남자 주인공의 이름조차 모르고 영화를 봤다. 처음엔, 어쩌면 저렇게 깎아놓은 밤톨처럼 잘생긴 청년이 있을까, 눈길이 갔다. 그다음엔, 여자 마음 알아주고 연인에게 헌신을 아끼지 않는 훈훈함에 설렜다. 그런데! 볼수록 그 미소와 눈매가 어디선가 본듯한, 아니 틀림없이 봤고 많이 본 느낌이 들었다. 어려운 내용의 영화가 아니라 템포를 따라가면서도 머리 한구석으로는 누구인지 계속 생각했다. 아! 터미네이터? 에이, 닮긴 했는데 너무 잘생겼잖아. 아니지, 청출어람의 아들도 많지! 설마 설마 하며 찰리의 이목구비를 살피는 재미까지 보태 영화를 행복하게 봤다.


미소가 아름다운 패트릭 슈워제네거 ⓒ 미소가 아름다운 패트릭 슈워제네거 ⓒ

영화가 끝나자마자 검색해 보니 패트릭 슈워제네거. 흔하지 않은 성, 역시나 아버지가 아널드 슈워제네거(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 포털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이다. 말하자면 패트릭은 ‘금수저’인 셈이다. 후광을 입고도 남을 만큼 유명한 아버지를 두었다. 이력을 살펴보니 재미있다. 15세부터 ‘프로젝트365’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고,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2018년은 패트릭 슈워제네거가 본격적으로 배우로 두각을 나타낸 해다. 영화 ‘고스’에 이어 ‘미드나잇 선’을 통해 외모만 잘생긴 게 아니라 연기가 된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미드나잇 선’을 통해 여심을 사로잡고 예비 스타가 됐다.


배우에겐 역시 ‘배역’이 중요하다. 아픈 여자친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소소하지만 사랑을 전하기에 충분한 경험들을 선물하는 찰리. 얼굴은 더욱 선하게 빛나고 연기는 더욱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다. 분명 영화 줄거리는 케이티를 주어로 흐르는데, 현지 미국에서도 스포트라이트는 패트릭 슈워제네거에게 더 많이 비췄다. 배우에겐 생김보다 표정이 중요하다. 활짝 웃는 미소만큼 사람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건 없다. 패트릭 슈워제네거에게는 이가 온통 드러나는 해맑은 미소가 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Walk with me’ ⓒ 밤을 잊은 그대에게 ‘Walk with me’ ⓒ

벨라 손은 함박웃음이 매력 포인트다. 특히 노래를 부를 때 아름답다. 그가 부른 노래 ‘Walk with me’(워크 위드 미), 영화 속에서 밤에 들어서인지 밤에 들으면 더욱 좋다. 깊어가는 가을밤, 함께할 누군가가 없다면 노래도 좋은 친구다. 노래 듣고 마음에 든다면, 내쳐 영화 ‘미드나잇 선’까지 달려 보자.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