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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선거에 대통령도 나섰지만…외교력은 낙제점


입력 2020.10.29 15:27 수정 2020.10.29 15:45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미국 지지 얻었지만 적대감도 덩달아 상승… 유럽·신흥국 공략 실패

미·중 세력싸움으로 변질된 선거판…해외에서도 ‘편가르기’ 만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WTO 일반이사회는 28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명이 경합하는 최종 선거에 오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표차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까지 뒤집기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당선 결과를 떠나서 이번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한국 정부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다. 지나칠 정도로 대내외 홍보에 나선 탓에 무역·수출 등 관련 업계에서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역대 국제기구 수장이나 요직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식 지지를 표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등도 대통령과 정부가 발벗고 나서며 지원사격을 해주지 않았다.


이들 당선 배경에는 해당 부처의 치밀한 물밑 작업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지난해 6월 임기택 IMO 사무총장 연임도 유럽과 신흥국의 절대적 지지로 이뤄낸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WTO 선거 과정에서 통상외교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편가르기식’ 지지를 호소한 탓에 적대국이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지지를 확고히 얻은 부분은 분명 소득이다. 다만 중국과 유럽, 신흥국을 잃었다. 역대 국제기구 선거에서 한국은 신흥국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밀려 신흥국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번 WTO 선거가 확실한 신흥국 껴안기에 실패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종 3라운드로 갈수록 미국과 중국의 세력싸움으로 변질된 부분도 문 정부가 간과한 대목이다. 미국에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낸 탓에 중국은 자연스레 나이지리아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전통적인 보수 국가인 유럽연합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본까지 나이지리아에 무게를 두자 선거의 추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서 전세 역전이 어렵다면 외교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고위공직자 출신 한 관계자는 “일단 WTO 선거는 결과를 떠나서 미중 세력다툼으로 변질됐다. 유 본부장이 열세를 뒤집고 당선된다 하더라도 향후 한국 통상외교에는 ‘편가르기’라는 빈틈이 생기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한 부분이 아쉽다. 조용히 지지기반을 만들었다면 선거 이후 모양새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통상외교에 대한 시험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아직 선거가 진행 중이지만 아프리카에도 미치지 못하는 외교력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WTO 선거가 세력싸움으로 번진데 대한 한국 정부의 애매한 선거운동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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