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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감사분석④] 제2의 월성사태 안 내려면…정부의 탈원전 재검토 의지에 달렸다


입력 2020.10.29 07:00 수정 2020.10.28 16:2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탈원전, 도입때부터 허점과 논란 많았다

최하위 원전 경제성이 타 전원보단 높아

"원전 포함, 에너지믹스 다시 구성해야"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지난해 1월 '한국형 원전 수출 1호' 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부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지난해 1월 '한국형 원전 수출 1호' 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1호기 감사 발표 후 "감사 결과는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 에너지 전문가들은 산업부 입장과 다르게 월성1호기 감사 결과는 단순히 원전 1기 문제를 넘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 정책에 균열을 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법 체계와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면서까지 원전 조기폐쇄를 무리하게 추진한 정황 자체가 탈원전 정책 한계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 스스로 정책 궤도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총평했다.


탈원전, 태동기부터 허점과 논란 많았다
월성1 지역민 탈원전 정책 반발 재확산
"조기폐쇄, 지역민과 한번도 협의 안해"


발전협의회 등 월성원전 인접 주민들이 27일 경주시청 앞에서 월성1호기 재가동과 정부 원전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발전협의회 등 월성원전 인접 주민들이 27일 경주시청 앞에서 월성1호기 재가동과 정부 원전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탈원전 정책은 태동 당시부터 정당한 절차를 밟아 추진될 수 없을 만큼 허점과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고리 5·6호기를 공론화에 부친 결과 당초 공약과 반대로 건설 재개 결론이 나온 것이 단적인 사례다.


월성1호기 역시 경제성이 왜곡됐다는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지역을 중심으로 원전 재가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주시 감포읍과 양남면, 양북면 등이 포함된 동경주지역 발전협의회는 27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발전협의회는 "2015년 월성1호기 계속 운전 결정 당시 주민들은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다는 정부와 한수원의 말을 믿고 국가 경제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명 연장을 수용했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정반대의 이유로 월성1호기를 폐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는 "백운규 전 장관은 주민의견을 수렴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는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폐쇄를 강행했다"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주민들은 배신감과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재민 김포읍발전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주민들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대규모 집회와 청와대 항의 방문 등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정부는 하루 빨리 주민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탈원전 정책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에 나선 점을 감안할 때 월성1호기 재가동이 주민수용성이 낮았다는 산업부 주장 역시 맹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산업부 고위 관계자들을 심리했을 때 이들은 월성1호기 폐쇄는 경제성 외에도 주민수용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표명했다.


월성1호기와 같이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탈원전 사례는 부지기수다. 정부는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을 보류하고, 영덕 천지 1·2호기와 삼척 대진 1·2호기는 건설을 취소했다. 3년 동안 벌써 신규 원전 6기를 통째로 중단시킨 것이다. 이는 모두 기존 전력계획에 포함된 원전이었다.


월성1호기, 원전 중 경제성 최하위권인데
저평가해도 타 전원보단 높아 조작한 것
"원전 포함시켜 에너지믹스 판 다시 짜야"


2001년 전력시장 개설 후 발전원별 정산단가 변화. 모든 전원 중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노동석 박사 2001년 전력시장 개설 후 발전원별 정산단가 변화. 모든 전원 중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노동석 박사

사실 월성1호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24개 원전 중 경제성이 최하위로 평가받는 원전이었다. 그럼에도 정당하게 폐쇄 과정을 밟지 못하고 은밀하게 경제성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은 아무리 원전을 저평가해도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전원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이에 대해 "원자력 영재고 하위권인 월성1호기이지만 LNG고나 태양광고로 전학가면 월등한 수석"이라고 빗대며 "공부를 못해서 퇴학시킨다는 정부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역시 "학교에 각 반마다 꼴찌는 퇴학시켜야 한다는 학칙이 있다고 가정해보자"며 "꼴찌를 퇴학시키면 뒤에서 두 번째 하던 학생이 꼴찌가 되고 이 학생도 퇴학시키면 결국 학생은 한 명만 남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원전을 퇴출시키겠다는 게 탈원전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성1호기를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폐쇄 함에 따라 연간 3100억원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1호기(60원)를 폐쇄하면 이 자리를 LNG(120원)가 대체하게 되는데 두 에너지원의 1kWh당 정산단가 차액은 60원이 된다. 월성1호기 설비용량 70만kW에 8760시간(1년)과 60원(정산단가 차액), 그리고 이용률 85%를 모두 곱하면 3100억원이 도출된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정용훈 교수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정용훈 교수

에너지 전문가들은 구형 원전 1기가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20기가 넘는 국내 모든 원전이 폐쇄될 경우 '탈원전이 전기료 인상을 부추겼다'는 개연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당장 올 연말 수립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취약점 등을 고려할 때 미래 에너지믹스에 원전 비율을 적정하게 유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따른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박사는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고르지 않아 반드시 LNG를 수반하게 돼 있다"며 "전기요금과 환경비용을 생각하면 LNG를 늘릴 경우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큰 국가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비용평가 외에도 원전 역할 중 중요한 것이 에너지 안보와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부분"이라며 "이것은 금전적인 계산이 불가능하나 원전 역할로서 평가돼야 할 중요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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