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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화재 피해에도…손보사 외면 여전


입력 2020.10.29 06:00 수정 2020.10.28 14: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불로 인한 재산 손실 연간 8000억 돌파 '사상 최대'

화재보험 시장은 지지부진…사회적 역할 한계 우려

국내 손해보험사별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별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화재보험 시장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입장에서 위험은 크고 실익은 적은 상품인 탓에 적극적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며 화재보험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손해보험업계가 본연의 역할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14개 종합 손보사들이 올해 2분기까지 화재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총 1308억원으로 전년 동기(1305억원) 대비 0.2%(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를 가리키는 말로 손보업계에서 시장의 크기를 측정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주요 손보사별로 보면 우선 NH농협손해보험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가 같은 기간 339억원에서 332억원으로 2.1%(7억원) 감소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226억원에서 225억원으로, DB손해보험은 198억원에서 196억원으로 각각 0.6%(1억원)와 1.0%(2억원)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반면 삼성화재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152억원에서 159억원으로 4.7%(7억원) 늘었다. 한화손해보험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126억원에서 107억원으로 15.2%(19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화재보험 시장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화재 사고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은 오히려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사고 건수는 줄고 있지만, 경제적 피해는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큰 불로 화재 보상을 둘러싼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화재 발생 건수는 4만103건으로 전년(4만2338건) 대비 5.3%(2235건) 감소했지만, 그에 따른 재산 피해는 같은 기간 5597억원에서 8585억원으로 53.4%(2988억원) 급증했다. 화재로 인한 재산 손실이 연간 8000억원이 넘어선 건 지난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같은 화재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은 민간 손보사들의 영역이다. 현재 법률 상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물은 손보사를 선택해 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돼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은 건물은 따로 손보사 상품에 가입해야 화재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재보험은 손보업계가 가진 중요한 공적 기능이다. 아울러 화재보험은 1666년 영국 런던 대화재를 계기로 만들어진 이후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조 손해보험 상품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역할과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화재보험의 영역이 점점 좁아드는 이유는 정작 이를 취급하는 손보사 입장에서 별다른 매력이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고 시 손실은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손보사들이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화재보험 가입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재보험의 경우 수익 측면에서 손보사가 영업 확대에 나설 만한 유인이 없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화재와 그에 따른 피해 보장은 손보업계가 지닌 핵심적인 역할이고, 국민들의 사적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화재보험 확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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