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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급한데 고위험 펀드 덫에 걸린 바이오 기업들


입력 2020.10.21 05:00 수정 2020.10.20 20:24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헬릭스미스 팝펀딩 펀드에 390억원 투자해 64억 회수

연구비용 한 푼 아쉬운 기업들 고액 투자금 날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옵티머스 펀드와 같은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회사가 밝힌 자금 용처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헬릭스미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옵티머스 펀드와 같은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회사가 밝힌 자금 용처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헬릭스미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옵티머스펀드와 같은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업의 경우 당초 회사가 밝힌 자금 용처와는 관계 없는 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데일리안이 확보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기업은 18곳에 달한다. 강스템바이오텍, 필로시스헬스케어, 녹십자셀, 삼아제약, 녹십자웰빙, 옵티팜 사내근로복지기금,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치엘비, 오스템임플란트, 엔씨엘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중앙백신연구소, 유틸렉스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 중 헬릭스미스는 R&D를 추진하겠다며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펀드 가입 사실을 밝혔다.


회사는 지난 16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채권(DLS) 등에 총 489억원을 투자했지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헬릭스미스가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2643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매출(45억원)을 수십배 웃도는 금액이다.


특히 헬릭스미스는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운용한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에 390억원을 투자했지만 회수한 자금은 6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헬릭스미스 측은 "현재 83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1293억원의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팝펀딩 및 DLS 상품 투자원금이 415억원 중 64억원은 회수됐고, 부실 징후가 확인된 상품에는 이미 손실 75억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276억원의 잔액이 남아있는데 이 276억원에 대해서도 법무법인과 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해 최대한 회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 역시 사모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고,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에이치엘비는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한 사실을 밝히며 진양곤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저금리 기조에 한푼의 이자라도 더 받으려면 운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최종적으로 회사가 부담하게 될 모든 금전적 손실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509억원의 자금을 모은 직후 옵티머스펀드에 20억원을 위탁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GC녹십자웰빙은 당시 조달한 자금 중 400억원을 충북 음성의 신규 공장 설립에 투자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임상시험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액이 회사 연매출과 맞먹거나 그 이상인 기업들의 경우 실적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서 "헬릭스미스처럼 기업 신뢰도를 잃고 유상증자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 등 작은 걸 얻으려다 크게 잃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옵티머스펀드는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 연 3% 안정적 수익을 준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3년간 1조2000억원을 끌어모았다. 현재 경영진이 투자금을 빼돌려 51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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