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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➈] 이혁 패션 디자이너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디테일"


입력 2020.10.01 11:52 수정 2020.10.01 13:2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 SY ⓒS SY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국내 도매스틱 브랜드 S SY 이혁 대표 겸 디자이너는 남자 가수들의 스타일링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강다니엘, 은지원, 김종국, 빅스, 에이스, 더 로즈 등에게 옷을 협찬 혹은 기획하며 무대 위 연예인들을 한층 더 감각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의상학과를 졸업한 이혁 디자이너는 의류 회사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무를 잘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무모한 도전이었다.


"회사에 막상 붙었는데 인턴이라고 하기에 나이도 많았고,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1년만 해보고 잘 안되면 그만두자란 마음으로 창업을 했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고 자신감만 가지고 뛰어든거죠. 3년 동안 자본금 다 잃고 투잡, 쓰리잡 하면서 꾸역꾸역 이어나갔어요. 11시까지 식당, 새벽 2시까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후, 퇴근해서 새벽에 옷 만들면서 그렇게 1년 반 정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는 디자인부터 유통, 룩북 기획, 촬영, 마케팅 등 신상품이 나와 옷이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을 혼자서 소화하고 있다. 이는 홀로 일하면 여러 영역의 일들이 어떻게 맞물려 가는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체력과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수반된다. 패션 시장 자체가 제한돼 있는 국내에서, 많은 의류업체와 경쟁해 개인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 그는 해외 진출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요즘에 조금 반응이 있다 싶으면 다들 크루를 형성해서 공동사업자나 협업 개념으로 일을 하더라고요. 임금도 그렇고 시장이 좁아서 독점하는 곳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 같아요. 저는 이걸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해외수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의 이슈가 있으면 쉽게 될 수도 있긴한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국내에선 유명하지 않은데 해외에서 유명한 것들을 쉽게 역수입이라고 하잖아요. 그걸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

패션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패션센스가 뛰어나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는 누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는 엑소와 래퍼 PH-1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요. 액세서리 차는 것만 봐도 센스있고 감각이 느껴져요. 옷을 매력적으로 잘 입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S SY는 당초 서번트 신드롬이란 이름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서번트 신드롬은 지적 장애나 자폐증 따위의 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증상이다. 하지만 강렬한 인식과 어려운 이름으로 S SY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은 부족할지 몰라도 옷에 대한 천재성을 가지고 싶다"란 의미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S SY의 강점은 신념과 디테일이다. 그에게 디테일은 미니멀 속 회심의 일격인 셈이다. 나머지 하나인 신념은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이다. 그는 수익이 난 후 지금까지 밀알복지재단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매달 기부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건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이 보면 똑같이 보일 수 있겠지만 원단, 디자인의 디테일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가져가려고 합니다. 너무 드러나는 개성은 불편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는 앞으로 돈만을 따라가기 보단 우리나라 사회, 문화 영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패션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우리나라 사회, 문화 영역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한국 패션을 하고 있는데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자본만 보고 무분별하게 성장하는게 아니라 사회나 문화 쪽에도 보탬이 되고, 또 그 보탬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도움이 될 수테니까요. "


마지막으로 그는 패션 업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의 말을 건넸다.


"의류회사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들도 잘하는 개인 브랜드 종사자를 스카웃 하기도 해요. 그런 만큼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고생만하고 얻는게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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