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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응답하라 1988부터 박찬호·박주영까지 ‘추석의 추억’


입력 2020.09.30 00:09 수정 2020.09.30 10:02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1988년 서울 올림픽서 한복 입은 김재엽 '최고 스타'

추석 때마다 골 넣는 박주영, 15승 달성한 01년 박찬호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는 늘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스포츠 역시 빠질 수 없는데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보고 즐길 수 있어 더욱 뜻 깊다.


과거부터 추석에는 많은 스포츠 이벤트들이 마련됐다. 1960년대 프로 레슬링부터 80년대에는 민속 씨름, 90년대 접어들서는 야구와 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크게 발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밀레니엄 시대인 2000년대에는 박찬호, 박지성 등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승전보를 전해주곤 했다.


한복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도 김재엽. ⓒ 뉴시스 한복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도 김재엽. ⓒ 뉴시스

① ‘응답하라 1988’ 한가위와 겹쳤던 서울 올림픽


1988년 9월 17일에 개막해 10월 2일에 폐막한 제24회 하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렸고 마침 추석 연휴(9월 24일~26일)가 겹치면서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대한민국은 금메달 12개를 비롯해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를 획득, 종합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인의 근성과 우수성을 전 세계 방방곡곡에 알렸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화제를 끌었던 메달리스트는 역시나 유도 김재엽이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던 김재엽은 기량을 다시 가다듬었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나선 올림픽서 김재엽은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괴력을 선보였고 결국 미국의 케빈 아사노를 여유 있기 물리치며 감격적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재엽이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이유는 바로 금메달 시상식 때문이다. 결승전이 열린 날짜는 공교롭게도 추석 당일이었는데, 김재엽은 용이 그려진 한복을 입고 등장해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1년 15승을 추석 연휴에 달성한 박찬호. ⓒ 연합뉴스 2001년 15승을 추석 연휴에 달성한 박찬호. ⓒ 연합뉴스

② FA 앞둔 박찬호, 추석에 전한 시즌 15승


IMF 당시 지친 국민들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박찬호는 ‘국민영웅’과 다름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했던 그는 2001시즌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보내게 된다. 바로 시즌 후 얻게 될 FA(자유계약) 자격이었다.


당시 박찬호는 허리 부상을 안고 있었음에도 시즌 중반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등 자신의 몸값을 계속해서 높여나갔다.


그러나 생애 첫 출전한 올스타전이 문제였다. 칼 립켄 주니어에게 허용한 홈런이 크게 화제가 됐으나 이때 박찬호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는 배리 본즈에게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72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투지를 불사른 박찬호는 기어코 추석 당일인 10월 1일(한국시간), 시즌 15승 고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애리조나전에 등판한 박찬호는 8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고 당연히 차례상을 차린 추석 아침, 온 국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후 박찬호는 5년간 6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고 텍사스로 이적했다.


추석만 되면 펄펄 날았던 박주영. ⓒ 뉴시스 추석만 되면 펄펄 날았던 박주영. ⓒ 뉴시스

③ 추석하면 박주영, 한 가위 때마다 ‘골골’


지금은 K리그 FC 서울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에게 추석은 특별하다. 한가위 보름달의 기운을 받고 펄펄 나는 대표적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2008년 프랑스리그 AS 모나코로 이적한 박주영은 데뷔전인 FC 로리앙과의 경기서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추석에 골맛을 본 박주영의 기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09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올랭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시즌 2호 골을 터뜨린 것. 이후부터 추석만 다가오면 국내 미디어는 박주영의 일정을 챙기는 게 중요 업무가 됐다.


추석의 박주영은 국내 무대로 돌아온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복귀 첫해였던 2015년, 추석 연휴에 펼쳐진 광주와의 경기서 부상을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해 득점을 터뜨린 뒤 교체됐고, 지난해 추석에는 인천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했다. 가히 추석의 사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복 입은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 뉴시스 한복 입은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 뉴시스

④ 한복 입은 로이스터, 2009년 부산은 티켓 구하기 전쟁


2009년 가을, ‘구도’ 부산은 당시 야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을 때였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로이스터 매직’을 앞세워 암흑기를 청산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상대는 바로 두산. 잠실서 1승 1패를 기록한 롯데는 3~4차전을 치르기 위해 안방인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이때 추석 연휴가 겹쳤고 전국에서 몰려든 롯데팬들의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항간에는 당시 최고의 추석 선물로 사직구장 티켓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KBO리그 첫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이 직접 한복을 차려 입고 등장한 사직구장은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었다. ‘부산 갈매기’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반격을 노렸던 롯데는 2회초 김동주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뒤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내리 2연패하며 다시 한 번 허무하게 가을 야구를 마감하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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