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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아이돌 세계관②] “촘촘한 서사 필요”…스토리 전문 작가까지 채용


입력 2020.10.04 00:00 수정 2020.10.05 09:2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픽사베이 ⓒ픽사베이

세계관이 케이팝 씬에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건 그만큼 이 설정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행은 금방 지나간다’고 하지만 10여년에 가깝도록 세계관이 꾸준히 활용되는 건,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과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곧 데뷔를 앞둔, 혹은 최근 데뷔한 그룹들 사이에서 가공할 만한 규모의 세계관을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신인 그룹의 경우, 팀 전체적인 색깔은 물론 멤버 각자에게 그들의 특성과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대중에게 빠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정점이 있다. 이를 잘 유지해나갈 수 있는 프로듀싱 능력만 갖춰져 있다면 데뷔 당시 유입된 팬들이 유기적으로 다음 앨범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세계관을 구현한다는 건, 하나의 앨범뿐만 아니라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펼쳐나가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팬들에게는 이 스토리를 어떻게 펼쳐나가고 변형시키는지를 살펴보는 게 또 다른 재미가 된다”면서 “지금은 세계관 설정이 아이돌 그룹의 기본적인 덕목처럼 됐다. 정확한 팀의 개성이나 음악적인 것도 전달하기 용이하고, 캐릭터를 부각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서사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자랑하고 있는 그룹으로 드림캐쳐도 빼놓을 수 없다. 팬덤의 규모는 다소 작지만, 팬덤의 충성도는 여느 아이돌 그룹 못지않다. 이는 데뷔 당시부터 강조했던 세계관을 탄탄한 서사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림캐쳐컴퍼니 관계자는 “세계관 속에 그룹 고유의 정체성을 녹여냄으로써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그룹 콘텐츠 내에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해석의 재미를 더하는 식이다. 단순한 주입이 아닌 세계관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림캐쳐컴퍼니 ⓒ드림캐쳐컴퍼니

성공한 세계관의 사례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나 드림캐쳐컴퍼니 등은 공통적으로 ‘모법 답안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물론 소속사에서 의도한 모범 답안은 있지만 정답을 공개하진 않는다. 만약 이를 공개하게 되면 팬들의 신박한 해석들이 나올 수 있는 여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해석하는 재미는 빼놓을 수 없는 세계관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드림캐쳐컴퍼니 관계자는 “주로 스토리는 음반제작과 A&R 주도로 다양한 의견들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실제로 드림캐쳐는 앨범 제작 전 내부 몇몇만 공유하는 전체 스토리 보드가 있는데, 자켓 촬영과 뮤비 제작 회의 등 실제 제작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그룹과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스토리 전문 작가를 고용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기획사 전속으로 작가를 두진 않지만, 각 앨범, 각 그룹에 맞는 외부 작가를 찾아 외주 계약을 체결하곤 한다. 대부분의 기획은 프로듀싱 파트에서 진행되고, 외부 작가가 이들의 기획력을 대중의 입장에서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글로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획사가 프로듀싱 파트에서 큰 틀이나 방향, 요소들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일부 기획사의 경우는 적절한 작가들을 채용해 글로 풀어내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글로서 기획사 내부에서 만든 아이템을 구현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셈이다. 각 기획사마다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스킬이 필요한 작업이라 전문 작가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세계관이 뚜렷한 그룹일수록 그들의 음악에 삽입될 가사를 만드는 작업도 정교할 수밖에 없다. 한 작사가는 “보통 공모,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아이돌 그룹의 가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경우에도 해당 아이돌의 세계관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적용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물론 가이드를 듣고 음악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받지만, 기본적으로 그 노래를 부르는 팀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작사를 해야 한다”면서 “또 가사가 채택이 된 이후에도 세계관은 물론 노래와 팀의 메시지와 맞는 가사로 수정하는 작업을 수차례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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