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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똑똑한 ATM…은행 점포는 '진화 중'


입력 2020.10.02 06:00 수정 2020.09.28 14:3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오프라인 지점 연평균 150개 넘게 문 닫아

'은행 업무 80% 대체' 차세대 ATM '주목'

국내 은행 점포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점포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의 오프라인 지점이 최근 5년 동안에만 7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은행원과 대면 없이 거의 모든 창구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차세대 무인 자동화기기(ATM)가 비어가는 현장 점포의 흔적을 메꿔 나가고 있다. 온라인뱅킹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은행 점포를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오프라인 은행의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들이 운영 중인 영업점 수는 총 6749개로 2015년 말(7445개)보다 9.3%(696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은행들의 지점 감축 속도는 연평균 155개에 달했다.


4대 시중은행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점포가 같은 기간 973개에서 711개로 26.9%(262개)나 줄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KB국민은행 역시 1145개에서 1030개로, 우리은행은 980개에서 891개로 각각 10.0%(115개)와 9.1%(89개)씩 지점이 줄었다. 신한은행의 영업점도 925개에서 903개로 다소(2.4%·22개)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현장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 확대다.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웬만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영업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추세다. 은행들로서는 굳이 지점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비용 문제도 은행들이 영업점을 감축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계기로 제로금리가 현실화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중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들이 거두는 이익의 핵심인 이자 마진도 축소가 불가피해서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자 지점을 줄여서라도 새 나가는 비용을 막아보겠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 역풍에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맞이한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오프라인 영업망을 마냥 없애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 은행 거래만 가능한 과거의 ATM을 한층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ATM이 그 빈자리를 메꾸는 모양새다. 은행별로 디지털 키오스크 혹은 셀프 텔러 머신 등으로 지칭되는 고기능 무인 ATM이 그 주인공이다. 이는 기존 ATM의 기능에 더해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이다.


이 같은 고기능 무인 ATM의 등장은 채 5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2015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은행 고기능 무인 ATM은 지난해 말 230여대까지 늘었다. 특히 국민은행이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기능 무인 ATM의 한 대당 설치비용은 3000만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사실상 무인점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감안하면 아깝지 않은 값이란 평이다. 신규 점포 개설에 4억~5억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대비 성능은 더욱 부각된다.


고기능 무인 ATM은 손바닥 정맥·지문·홍채 등 바이오 인증과 더불어 화상상담을 통해 기존 ATM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본인 확인이 필요한 다양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공식적인 은행 탄력점포 유형 중 하나로 구분되며 365일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은행들 입장에서 더 이상 현장 지점을 유지하기 힘든 중소도시들의 경우 이런 고기능 무인 ATM은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의 보편화로 은행 지점의 활용도가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오프라인 서비스 수요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이에 따른 비용 측면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은행들에게 고기능 무인 ATM은 가성비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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