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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청와대

  • [데일리안] 입력 2020.09.28 09:00
  • 수정 2020.09.28 08:20
  •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 씨의 생존 사실이 감청으로 확인되고 보고

자기들끼리 연락해 청와대에서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회의

일선부대의 감청 보고도 못 믿으면 뭘 믿고 작전 수행하나

생명 살릴 시간에 뭐 하다가, 삼우(三虞) 지나 ‘긴급’이라니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족은 서욱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왼쪽)이 지난 24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족은 서욱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해양수산 공무원 피살과 시신 소각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문제는 청와대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최고의 책무에서 무능했다. 무능이 아니라 무개념이었다.


대통령의 무능과 무개념에 비해 나머지 기관들은 나름 움직였다.


지난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선원들은 11시 30분부터인 점심 식사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항해사 이 모 씨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낮 12시 51분 당국에 이 씨의 실종을 신고했다.


신고 한 시간 뒤, 해경과 해군은 함정 19척과 헬기 2대 등을 동원해 수색에 들어갔다. 민간 선박 8척도 당국의 수색 작업에 협조했다. 근처에 조업 중인 70여척의 어선에도 이 상황이 전파됐다.


이씨는 21일 새벽 1시 무렵, 서류작업을 한다며 당직 근무 중인 조타실을 벗어나 개인 노트북을 켠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정확한 실종 시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묘한 일이지만 지도선 내의 CCTV도 고장이라고 한다.


당국은 어업지도선이 위치한 소연평도(小延坪島) 근해를 중심으로 이 씨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구조와 함께 군 당국은 통상 업무인 감청(監聽)을 강화했다. 만 하루가 더 지난 22일 오후 3시 반, 이씨가 30여 km 떨어진 북한측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이 감청에 잡힌다.


“북한 어민, 바다에 떠있는 이 씨 발견. 북한 어민, 발견 사실을 북한 군 부대에 신고. 이 씨는 현장에서 2시간 정도 이동해 등산곶(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강령반도) 해군부대에서 조사받음. 북한군, 이 씨에 대한 신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현재 상부 명령 대기중.”


이런 감청 내용을 우리 군 당국은 저녁 6시36분 청와대에 보고한다. 그걸로 끝이었다.


발견된 지 6시간만인 밤 9시 40분, 대한민국 8급 공무원 47살 이 씨는 북한군에게 사살된다. 그리고 30분 뒤 바다 위에서 소각(燒却)됐다. 화장(火葬)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 군부대에 의해 감청됐고, 소각 불빛이 연평도에서 육안(肉眼)으로 관측됐다.


이 무슨 허무한 이야기인가?


이 씨의 생존 사실이 감청으로 확인되고 보고된 뒤부터는 청와대의 시간이다. 결정의 시간이다. 절차에 따른 보고지만, 국방부가 왜 보고를 했겠는가? 국방부로서는 북한과 관련된 민감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해, 청와대의 지시나 결정을 기다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첫 보고 뒤 “실종 공무원을 어떤 방법으로든 구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고 24일 국회에서 답변했다.


청와대, 나아가 문재인 행정부의 무능과 무개념은 이 단계에서 고스라니 노출된다. 우리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결정과 지시가 나와야 하는 골든타임이 그냥 흘러갔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자 이 씨는 우리 국민 곁을 떠난다.


군부대의 감청으로 생존이 확인된 그 시간에 국방부와 청와대는 북측에 아무런 요청도, 연락도 하지 않았다. ‘실종자의 발견. 보호 여부나 송환 요구’ 등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결정과 행동이 필요한 시각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기껏 한 일이 피살과 시신 소각이 다 끝난 뒤인 23일 새벽 청와대에 모여 회의를 했단다. 참석자는 서훈(국가안보실장), 노영민(비서실장), 박지원(국정원장), 이인영(통일부장관), 서욱(국방부장관) 등 5명이다.


정부의 설명을 들으면 이 씨의 피살과 소각이 확인된 22일 밤 10시 넘은 시각, 대통령한테는 보고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연락해 새벽에 청와대에서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대책회의를 했단다. 더 확인하고 정리할 게 있어서, 대통령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선 부대의 감청 보고도 못 믿으면 도대체 뭘 믿고 작전을 수행하는지 궁금하다.


기나 긴 22일 밤이 지났다. 8급 공무원 이 씨는 하늘나라로 떠났고, ‘잘 주무신’ 대통령은 대면 보고를 받는다. 23일 아침 8시 반이다.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 파악이 우선이다. 북에도 사실 확인을 하도록 하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요일 27일 오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북 간에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으니 공동 조사를 하자는 내용이 논의됐다고 한다. 생명을 살려야 하는 시간에는 뭐 하다가, 삼우(三虞)도 지났는데, 뭐가 ‘긴급’인가? 이건 무능(無能)인지 무개념(無槪念)인지, 정말 ‘긴급’ 조사를 제안하고 싶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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