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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㉕] 해파리소년 “데뷔 15년, 여전히 열정 활활 타고 있죠”


입력 2020.09.09 14:23 수정 2020.09.09 14:2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몽경요곡' 이은 두 번째 요곡 시리즈 '월하요곡', 8월 28일 발매

ⓒ해파리소년 ⓒ해파리소년

싱어송라이터 해파리소년(김대인)은 2005년 데뷔해 15년 동안 쉼 없이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파리소년이라는 원맨밴드로 팬층을 넓혀가던 그는 밴드 아폴로18, 팎, 전파사의 구성원으로, 또 다른 가수와 밴드의 앨범에 참여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해파리소년으로 신곡 ‘월하요곡’을 발매했다.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은 활활 타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욕구로부터 시작한 가수의 길에서 만족감을 찾아낸 해파리소년이다. 주로 그가 만든 음악은 열정적인 록의 감성과 전자음악, 따뜻한 포크의 감성이 조화롭게 뒤섞여 있다. 여기에 소소한 일상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어냈다.


- 벌써 데뷔한지 15년이 됐네요.


(그 전에 디지털 싱글이 있지만) 해파리소년 1집으로 데뷔했어요. 그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죠. 그냥 ‘무지막지하게 좋았다’라고 밖에는…. 감동의 눈물도 찔끔 흘렸던 것 같아요.(웃음)


- 막상 꿈꾸던 데뷔를 하고 난 이후의 감정은 어땠나요?


그 당시 레이블을 통해 첫 정산을 받고 술을 엄청 마셨어요. 기대했던 것 보다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음반만 발매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오만하고 무지했었죠. 현타가 제대로 왔고,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음악 활동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낮춰놓은 상태입니다.


-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큰 변화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데뷔 때보다 나이도 늘고 몸무게도 많이 늘었어요. 하하. 사실 오랜 시간 음악 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경험은 물론이지만, 안 좋은 경험들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땐 음악 하는 사람들은 다 착하고 순수한 줄 알았는데, 막상 겪고 보니 탐욕스럽고 뻔뻔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들을 구별하는 안목도 늘어가고 있다는 게 참 씁쓸하네요.


- 포기하고 싶다던지, 슬럼프가 있었던 건가요?


아뇨. 슬럼프는 없었어요. 해파리소년 첫 정산 이후로 음악 활동에 대한 기대치를 확 낮춰놔서 그런지, 일찌감치 음악으로 돈 벌 생각을 안 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좋더라고요. 현재로서는 밴드 팎, 전파사 활동을 하면서 해파리소년까지 하는 걸 보면 아직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활활 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전파사, 팎 ⓒ전파사, 팎

- 솔로로 작업할 때와 밴드로서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나요?


솔로 작업은 혼자 모든 걸 결정하면 돼서 편한 부분이 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블랙홀로 빠질 확률도 높아지고, 책임도 오로지 혼자만의 것이 돼요. 그래서 해파리소년 작업 시에는 어느 정도 곡을 완성한 후에 주변 지인들에게 모니터를 자주 부탁하는 편입니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곡에 반영하기도 하고, 참고만 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이 저에겐 많은 도움이 돼요. 그에 반해 밴드 작업은 여럿이 소통하고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분산이 되고 블랙홀에 빠질 확률도 적어지기 마련이죠. 굳이 고르자면 밴드가 훨씬 좋긴 합니다. 외롭지도 않고 합주나 공연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꽤 좋거든요.(웃음)


- 몸담고 있는 밴드마다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팎은 매 공연 때마다 굿판을 벌이는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어요. 추악한 악귀를 쫓아내는 무당이나 퇴마사가 된 기분이 들 정도에요. 하하. 사운드도 하드한 편이라 웬만한 잡귀들은 얼씬도 못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해봤어요. 반면에 전파사는 사이키델릭 댄스를 수행하는 수도승 같은 느낌이랄까요? 댄서블한 면이 강하고 노래 없이 연주만 하는 팀이라 몽롱해지기도 하고요. 두 팀 모두 3인조 구성이고, 포스트록을 뿌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서로 비슷한 면이 있지만 다른 부분이 훨씬 많죠.


- 여러 팀으로 활동하면서 오는 혼란도 있나요?


팎에서 느낄 수 없는 부족한 부분을 전파사에서 채우기도 하고, 전파사에서 느낄 수 없는 부족한 부분을 팎에서 채우기도 합니다. 이 두 밴드에서 느낄 수 없는 부분을 해파리소년으로 채우기도 하구요. 이 모든 음악은 어쨌든 ‘김대인’이라는 교집합을 품고 있기에 혼란은 없습니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하는가 보다는 어떤 사람과 음악을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니까요. 정말 중요해요.


- 해파리소년으로서는 공백이 꽤 길었습니다.


해파리소년 2집 활동 이후, 록밴드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3집은 하드한 록음악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곡 작업을 하던 중에, 아폴로18 결성과 활동으로 해파리소년의 음악은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3집을 위해 만들어놨던 곡들을 다시 만지작거리면서 밴드를 결성했는데, 이게 또 어쩌다보니 팎이라는 이름의 전혀 다른 밴드로 거듭나게 됐어요. 그래서 해파리소년 3집을 위해 만들어 놨던 곡들은 대부분 팎 1집(살풀이, 2017)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18년에 ‘몽경요곡’이라는 곡으로 드디어 11년 만에 해파리소년 신곡이 나오게 됐죠.


해파리소년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공백이 있습니다만, 김대인이라는 사람의 음악활동은 그다지 공백이 많지는 않았어요. 해파리소년 데뷔 이후 거의 해마다 음악을 발표해왔고, 음악 발표가 없는 해는 밴드 활동에 주력하고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불어 중간 중간 다른 뮤지션 혹은 밴드의 앨범 작업에 참여도 많이 했고요.


ⓒ'몽경요곡' '월하요곡' 앨범 재킷 ⓒ'몽경요곡' '월하요곡' 앨범 재킷

- 해파리소년의 신곡 ‘월화요곡’은 어떤 곡인가요.


‘몽경요곡’에 이은 요곡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에요. ‘몽경요곡’과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금은 밝은 느낌의 곡이지만, 가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슬픈 노래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가사는 슬프지만 음악은 신나는, 역설적으로 더 밝고 신나게 편곡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따스한 봄날에 창가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버스 안에서 괜히 흐르는 눈물 같은 그런 감성, 역설의 미학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하하.


- 곡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제 스스로가 그다지 꼼꼼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 달 정도 모니터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정을 하다가 더 이상 손 댈 곳이 없다고 판단되어질 때 음악을 발표하기 때문에 어느 곡이든 대체적으로 완성도와 만족도 둘 다 꽤 높은 편입니다. 다만 해파리소년 1집과 2집은 할 수 있다면 다시 손보고 싶네요.


- 앞서 발매했던 ‘몽경요곡’에 이어 고냉 씨와의 두 번째 작업이네요.


수년 전부터 지인으로 알고 있던 사이라 서로 편하게 작업했어요. 물론 노래를 해야 하는 고냉 님은 저보다는 덜 편했겠지만요.(웃음) 저의 즉흥적인 요구사항도 잘 반영이 되는 편이고 연습도 성실하게 해 오셔서 저에게는 아주 귀한 분입니다.


- 노래를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아티스트를 쓰는 것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는 전혀 다른 톤의 노래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같은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편곡을 달리하면 음악의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해파리소년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편이기도 하고. 요곡 시리즈의 경우 애초에 고냉 님의 목소리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음악들이라 제 목소리로 ‘몽경요곡’이나 ‘월하요곡’을 부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직한 일이라고 밖에는. 하하. 다만 남의 목소리를 빌리게 되면 돈이 든다는 단점이…(웃음)


- 앞으로도 요곡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까요?


네, 시리즈라고 명명했기에 꾸준히 할 생각이고요. 큰 이변이 없는 한은 고냉 님과 계속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대중을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게 됐습니다. 직접 무대에 오르는 가수로서 체감은 더 클 것 같은데요.


너무 슬픈 일이죠. 얼마 전에 전파사로 온라인 공연을 했었는데, 관객 없이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 라이브를 한다는 게 음악 생활하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참으로 씁쓸한 순간이었어요. 근데 이런 방식의 공연을 당분간은 지속해야한다는 현실이 더욱 슬픈 거죠. 언젠가 다시 관객들 앞에서 침 튀기면서 공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코로나19가 종식될 그날까지는 힘들더라도 정부방역지침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해파리소년의 방향성과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해파리소년은 한 다미로 ‘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꿈을 이루게 해줬고, 또 다른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 줬거든요. 지금처럼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 만들면서도 시대정신을 잃지 않는 그런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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