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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⑤] 여전히 종이 위에 연필로 곡을 그리는, 음악인 매드퍼피


입력 2020.09.04 12:57 수정 2020.09.04 16:2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매드퍼피ⓒBG Sound 매드퍼피ⓒBG Sound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매드퍼피(MADPUPPY)는 작곡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tvN '삼시세끼-바닥목장', '유 퀴즈 온 더 블럭', '스트리트 푸트 파이터2' 음악 제작에 참여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는 BG Sound 대표 프로듀서로, BG Education도 설립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음악의 시작은 ‘갑자기’였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예고 없이 찾아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던 학생인 매드퍼피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길거리의 실용음악학원 간판을 보게 됐어요.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당시 학원 수강생이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부르는 게 들리더라고요. 그 노래를 들으며 '나도 저런 노래를 만들고 싶다'란 욕구가 안에서 올라왔어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길 가다가 맛집 같아서 들어갔는데, 정말 맛있었던 집을 찾은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중앙대학교 창작음악과 실용작곡과 졸업 후, 2018년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제 인생의 첫 도전이었어요. 작곡가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래도 발표하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곡을 히트 쳐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일년에 한 번 씩은 노래를 발표하려 해요. 올해는 코로나19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계속 밀리고 있네요."


매드퍼피는 방송음악에 참여하며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가수에 초점을 맞춰 곡을 만들던 것과 달리, 영상을 돋보이게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고민은 힘들지만 또다른 배움이었다. 보통 OST가 없는 예능프로그램에 새 길을 만들면서 슬럼프를 겪고 있던 때 다시 한 번 심기일전 할 수 있었다.


"지인이 tvN PD라 프로그램 기획할 때 음악적인 조언을 몇 번 해준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삼시세끼' 때 제안을 해주더라고요. '삼시세끼' 음악이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유퀴즈' 편성 때 가이드 받아보자는 이야기가 PD들 사이에서 나와 데모를 보냈고, 감사하게 잘 봐주셔서 정식 크레딧에 올라갔어요."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이 매드퍼피의 음악으로 또다른 매력을 부여받았지만, 매드퍼피 역시 그러한 음악을 만들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입시포함 음악을 12년 정도 했었을 땐데 많이 지쳤었어요. 주위에서 뭐하냐고 하면 음악 한다고 하는데, 유명한 가수에게 곡을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라 슬럼프였거든요. 주위에서 서른 살 정도 되면 현실적인 문제로 많이 그만 두더라고요. 음악 포기하지 않고 버티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매드퍼피는 영상음악과 대중가요의 차이점을 더 자세히 설명했다. 공통점은 영상과 가수 모두 철저히 분석해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이다.


"영상음악은 제작진이 원하는 바가 확실해요. 화면 전환할 때 같은 음악으로 끌고 갈지, 역동적으로 분위기를 바꿀지 이런 걸 많이 고민 하죠. 무엇보다 영상보다 음악이 튀지 않게 만들어요. 무조건 음악이 좋다고 넣을 수 있는 게 아닌, 영상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작업 합니다. 가수에게 곡을 줄 땐 가수의 음역대를 먼저 파악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쁜 소리를 편하게 낼 수 있는 음역대가 있어요. 그걸 캐치하고 핵심 가사들을 그 구간에 심어요."


하지만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라면서,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성향에 맞게 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곡을 전공하며 천편일률적인 방법은 창의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이건 틀렸다',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쪽으로는 생각을 닫아버리더라고요. 저는 음악에 관해 '이건 틀렸다'고 교육을 받은 세대였어요. 나이를 먹고 정보를 얻다보니 그 때 절 가르쳐주신 선생님도 틀린 건 아니지만, 정석적인 걸 주입시키려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자들에게 '안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아요. 각자 맞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매드퍼피는 다른 가수와의 협연을 위해 준비 중이라면서 향후 곡을 주고 싶은 가수를 다비치의 이해리로 꼽았다.


"다비치의 이해리 씨의 처절한 감성을 좋아해요. 노래도 물론 잘하지만 가슴 아픈 이별 감성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듣고 있으면 사무치는 감정에 이입돼요."


이처럼 매드퍼피는 노래로 하여금 듣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는 걸 가장 중요시하고 있었다.


"슬플 때, 기쁠 때 듣는 음악들이 다르잖아요. 제 노래를 듣고 '내 이야기 같아'라고 생각하는 곡을 쓰고 싶어요. 잘 팔리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오래 남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의 추억 속 한 켠에 제 음악이 함께 자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노래의 공감을 이야기하며 멜로디보다는 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악보나 가사도 여전히 손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수많은 고민과 진심을 연필로 적어 종이에 눌러 담으며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오선 위에 음표를 손으로 그리면 쓰는 순간 신중해져요. 손편지를 쓰는 것 같거든요. 가사도 마찬가지고요. 감정을 잘 전달하고 공감으로 연결되는 건 가사의 역할이 커요. 전 가사가 멜로디에 의해 끊어지게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매드퍼피는 1990년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월간 윤종신을 발표하며 음악적인 도전을 하는 윤종신을 언급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한다고 밝혔다.


"항상 전보다 더 나은 음악을 만드려고 합니다. 나이 쉰살이 되서 어떤 장르를 하든 '이 작곡가는 최신에 발표한 노래가 제일 좋아'란 말을 듣고 싶어요. 마침표를 찍지 않는 다음이 기다리겨지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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