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철 없는 사람들…국민은 맹꽁이가 아니다


입력 2020.09.05 06:00 수정 2020.09.03 06:56        데스크 (desk@dailian.co.kr)

진성준 의원(강서 을) “부총리가 언행에 신중하시길 바란다”

이상민 의원(유성 을) “너무나 고뇌가 없다”

김한정 의원(남양주을) “제2의 전광훈, 극우 난동꾼”

설훈 의원(부천 을)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중략)..칭찬받지는 못할망정”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국회 제공 ⓒ국회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국회 제공 ⓒ국회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계절 탓인가, 느닷없는 ‘철 논쟁’이 붙었다. 한 도지사가 코로나 재난 지원금으로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50번, 100번을 지급해도 나라 재정에 문제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한 경제부총리의 국회 답변에서 비롯됐다.


임이자 의원(문경.상주) : “이재명 도지사는 30만원씩 50번, 100번 줘도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 “저도 신문 보도 상으로 들었지만, 책임 없는 발언입니다”

임이자 : “아주 철없는 이야기죠?”

홍남기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고요”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 ‘철 논쟁’이 생겨난 인터뷰 내용은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재명(경기도지사) : “...제가 한 말씀 드리면요, 우리가 재정건전성 걱정을 하지 않습니까? 이거 한 번 더 주면 재정에 문제가 있다, 나눠서 일부만 주자, 이렇게 말씀하는 분 계신데요, 제가 단언하는데 20~30만원 정도 지급하는 거 우리가 50번, 100번 해도요, 서구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지금 서구 선진국의 평균적인 국가부채율이 110%를 넘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보통 10%에서 30% 정도 국가부채율을 늘리는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을 쓰고 있거던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40%에 불과하고, 지금 최대로 지출한 거 따져도 47%인데, 이거 30만원씩 지급하는 거 0.7%밖에 안 됩니다......” (8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9월 1일, TV에 출연한 홍남기 부총리는 2차 재난 지원금 지급에 관해 “소상공인, 실직자,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 계층에 한(限)해서 맞춤형 지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9월 1일, KBS 9시 뉴스)


이 3가지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명 지사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춰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부총리도 ‘철이 없다’기 보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들이 듣고 오해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답변했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에 부담이 적게 가는 방향으로 2차 재난 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부총리의 그런 발언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문제는 그 뒤다. 그냥 지나가도 될 이 사안에 대해, 진성준 의원(강서 을)은 “부총리가 언행에 신중하시길 바란다”, 이상민 의원(유성 을)은 “경제부총리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고뇌가 없다”, 이규민 의원(안성)은 야당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동조했다고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더 둘러보면 철 없는 의원은 또 있다. 김한정 의원(남양주 을)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제2의 전광훈, 극우 난동꾼”이라고 칭했고, 허종식 의원(동구미추흘구 갑)은 “어차피 지키지도 않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대학병원에 권고해 다 폐지시키면 어떻겠냐”고 교육부장관에게 질의했다.


코로나 방역(防疫)에 정신없는 의료계 등 뒤에다 야비한 총질을 해 소동을 일으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그런 야비한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의료계가 방역 전선에서 이탈하겠는가?


더한 의원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탈영(脫營) 의혹에 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설훈 의원(부천 을)은 “추 장관의 아들이 군에 가기 전 무릎 수술을 했고, 그 결과 군에 안 갈 수 있는 조건이지만 어머니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군에 가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이 군에 갔다는 사실이 칭찬받지는 못할망정, 자꾸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해운대구 갑)은 “무릎 때문에 원래는 군 면제였다는 증거자료를 공유해 달라. 그러면 불필요한 논쟁을 안 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국민들은 수술을 해서 치료가 끝났으면 입대하는 것이 정상이지, 그런 일로도 칭찬을 받는가, ‘참 별일이네’ 하면서 혀를 찬다. 국회에서 들리는 이런 철 지난 ‘매앵’~ ‘꽁’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국민들은 근심한다.


어머니가 소위 법무부장관이고 그 휘하 검찰에서 장관 아들의 탈영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될 것인지, 된다고 해도 그 결과를 국민들이 믿어줄까?


이제 때가 온 듯하다. 27살 청년을 자유롭게 해주자. 성경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The truth will set you free)”라고 설파했지 않는가? 잘.잘못을 가려 주고, 칭찬이든 처벌이든 받게 하자. 이건 공정(公正)과 정의(正義)의 문제다.


단, 그 청년의 탈영 의혹에 대해 수사하려면, 그 어머니의 직무(職務)를 수사 기간에 맞춰 정지 시키든지, 아니면 그 직을 면(免)한 뒤에 수사하게 하라. 우리 국민은 맹꽁이가 아니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