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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올드무비⑧] 인버전(테넷), 인터스텔라 이전 ‘인셉션’


입력 2020.08.30 16:30 수정 2020.08.30 17:0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영화 '메멘토'. 8월 재개봉 티저 포스터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메멘토'. 8월 재개봉 티저 포스터 ⓒ㈜디스테이션 제공

# 시간에 관한 탐구, 그 시작은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년 전, 아내가 살해 당한 뒤 모든 기억을 잃고 최근 10분간의 기억만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를 그린 ‘메멘토’를 세상에 내놓았다. 지금 이 순간 10초, 20초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조금 전까지도 기억했던 9분 50초, 9분 40초 전의 세상이 10분 이전 칠흑으로 사라져 가는 설정은 충격적이었다. 끊임없이 기억을 잃어가는 레나드 쉘비(가이 피어스 분)를 살아있게 하는 힘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잡는 것. 모든 단서를 손에 쥐고도 살인범을 잡기란 어려운데, 그는 10분간의 기억으로 범인을 추적한다. 기억상실에 맞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중요한 단서, 절대 기억해야 할 사실을 몸에 새기는 것이다. 온몸이 문신으로 덮인 남자, 그의 눈물 나는, 사라져가는 기억과의 사투는 실로 신선했다.


‘메멘토’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은 우리가 본 적 없는 영상,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신선함을 추구해 왔다. 그가 관객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특히 ‘메멘토’처럼 ‘시간’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 준 영화들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10년 전 ‘인셉션’이 그랬고, 6년 전 ‘인터스텔라’, 그리고 2020년 8월 현재 개봉 중인 ‘테넷’이 그러하다.


'테넷'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테넷'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테넷’, ←인버전→


우선 ‘테넷’은 ‘메멘토’에 나왔던, 벽에 박혀 있던 총알이 튀어나와 총구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구상이 시작됐다. 마치 화면을 되감듯,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상황.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 때도 함께했던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 아래, 시간이 현재에서 과거로 흐르는 ‘인버전’으로 개념화했다. 그동안 우리는 타임머신, 타임리프트 등을 통해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놀란 감독의 눈에 그것은 너무나 쉬워 보였다. 아무런 제한도 없이 원하는 시간의 과거 또는 미래로 다녀왔다. ‘테넷’의 인버전은 당연히 물리학에 토대한 과학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은 여러 제한을 받는다.


제한을 설명하기에 앞서 기본 구도를 보자면, 우선 ‘테넷’에는 두 가지 시간의 상황이 존재한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것처럼 ‘순방향’으로 흐르는 상황. 그리고, 시간이 미래에서 과거로 ‘역방향’으로 흐르는 상황. 새가 거꾸로 날고, 흙먼지는 흙이 되고, 사람들은 뒤로 걷고, 깨진 유리는 깨지기 전으로 돌아간다. 말 그대로 화면을 천천히 재생속도 그대로 ‘되감기’ 하며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테넷’에는 두 가지 상황이 공존한다, 한쪽이 현재이고 다른 쪽이 과거인 것이 아니다. 두 상황을 오가는 방법은 회전문이다. 시간 순방향에서 역방향 쪽으로 갈 때는 파란빛의 회전문을 통과한다. 역방향 쪽에서 순방향으로 올 때는 빨간빛의 회전문을 통과한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로버트 패틴슨(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로버트 패틴슨(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인버전 세상의 법칙들


자, 이제 제한. 1) 파란빛 문을 통과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인버전 세상으로 갈 수 있지만, 인버전 해서 간 사람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숨 역시 들이마실 수 없고 내뱉어지기 때문이다. 특별한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2) 중력은 똑같지만 차가 뒤로 달리고 사람들이 뒤로 걷는 상황에서, 나는 앞으로 걷고 앞으로 차를 몰아야 한다. 연습이 필요하지만 뛰어난 인재들이므로 이내 적응한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되레’ 인버전 해서 온 사람들이 거꾸로 걷고 거꾸로 차를 모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역주행하는 차들이 주는 쾌감이 있는데, 이러한 발상에서 연출된 장면들이다. 이 장면은 시간의 순방향, 역방향 양쪽 시선으로 영화 전반과 후반에 두 번 등장한다. 3) 인버전 해 간 사람이 본래 그곳에 있던 나와 마주치면, 인버전 해 간 쪽이 소멸한다. 방호복과도 같은, 눈만 나온 전투복을 입는 이유다. 시간이 긴박해 방호복을 입지 못하고 가는 순간들이 있는데, 말 그대로 목숨 내놓고 인버전 한 상황인 것이다.


가장 치명적 제한은 역시, 시간에 관련돼 있다. 4-1) 원하는 그때로 가는 게 아니기에, 지금 바로 이 순간에서 ‘시간의 방향만 반대인 순간’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인버전 세상에 도착한 뒤 자신이 원하는 순간까지 시간이 거꾸로 감기길 기다려야 한다. 9개 알고리즘 가운데 마지막 하나를 되찾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적(사토르)의 차 쪽으로 장치를 던졌던 순간을 인버전 해 간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이 기다리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4-2) 역방향 세상에 갔다가 순방향으로 돌아올 때도, 좀 전에 내가 있던 시간이 아닌 ‘해당 역방향과 같은 순간의’ 순방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TENET, 데칼코마니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TENET, 데칼코마니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앞뒤가 똑같은 TENET, 변함없는 신념 그리고 경고


데칼코마니를 생각하면 쉽다. 흰 종이에 물감을 짜고 반을 접었다 펴는 거다.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르는 세상에서 인버전 하면, 똑같은 순간의 역방향 세상으로 가기에 ‘그보다 이전 시간으로 가고자 한다’면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상에서 용무를 마치고 인버전 하면, 똑같은 순간의 순방향 세상으로 오기에 ‘인버전 전의 시간에 도달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OO주의라고 할 때의 ‘주의’, 강한 신념을 뜻하는 테넷, TENET. 제목의 단어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름 없이 주도자라 불리는 주인공과 그를 돕는 닐(로버트 패틴슨 분)은 우리가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에서 역방향 세상으로 갔다가, 다시 인버전 해서 순방향 세상으로 오기를 반복한다. 강한 신념, 테넷 없이는 지구의 미래에 맞서 현재를 지키는 조직 ‘테넷’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어느 것이 인버전인지 어느 것이 현재인지가 무의미할 만큼 시간은 평행하게 병렬해 있지만, 닐은 주인공이 그를 아는 것보다 먼저 ‘좀 더 앞으로의 시간, 미래’에서 주인공을 만났고 인버전에 관해 경험과 정보가 더 많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마다 닐의 활약이 돋보인다. 화면에는 주인공 기준의 현재, 닐 기준의 인버전 상황에서 만난 것만 스크린에 보인다. 닐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인버전 해 가는 곳마다 그 당시의 자신이 있을 것이고, 다시 순방향으로 인버전 해 온 뒤 시간의 순방향대로 살다가 아직 테넷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주인공을 만났을 것이다. 인류를 위한 희망을 불씨를 만든 뒤 또다시 인버전 한다. 그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구분이 중요할까. 인생을 계획하고 개인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자칫 축복처럼 보일지 모르는 인버전, 놀란 감독이 설정해 놓은 여러 가지 제한들은 시간을 뒤트는 시도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경고한다.


매듀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매듀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인터스텔라’, 시간이라는 선생이 알려주는 ‘사랑’


전작 ‘인터스텔라’ 역시 시간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해 주었다. 영화에는 ‘웜홀’을 통해 시공간 이동을 하는데, 바로 놀란과 작업 중인 킵 손이 웜홀을 처음 주장한 물리학자다. 킵 손은 어릴 적 조지 가모브의 대중과학서를 읽고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듯, 자신의 영화 참여를 통해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웜홀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공간을 잇는 통로’의 개념이지만, 공간이라는 것이 시간과 맞물려 있어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영화에서도 지구의 미래 대안을 찾기 위해 떠난 인물들이 웜홀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으로 가는데 시간대가 다르고, 명장면이라 할 책장을 사이에 둔 쿠퍼 부녀의 6차원 속 만남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속해 있다.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지구에 돌아왔을 때 딸은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있고, 시간의 순항 속에서 현자가 된 노인 딸은 젊은 아들에게 ‘사랑’이 가장 소중한 덕임을 새삼 일깨우고, 아들은 또 다른 시공간에 갇혀 있는 동료 과학자이자 연정을 품게 된 브래드(앤 해서웨이 분)를 찾아 새로운 우주 항해를 떠난다. 고난의 시공간 여행을 통해 쿠퍼가 구한 것은 지구였지만, 미래가 생긴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었다. 물리학 이론으로 똘똘 뭉친 우주적 영화의 결론이 인류 보편의 사랑에 다다른 결말, 평범해서 더 특별하다.


영화 '인셉션' 포스터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인셉션' 포스터 ⓒ㈜디스테이션 제공

# ‘인셉션’, 꿈을 통해 생각을 ‘심는다’


‘인셉션’의 충격은 매우 컸다. 우리가 매일 꾸지만 ‘미지의 영역’인 꿈에 대한 재해석도 재미있었지만 1단계 꿈, 2단계 꿈속의 꿈, 3단계 꿈속 꿈의 꿈, 4단계 꿈의 밑바닥인 림보라는 설정부터 낯설었다. 더욱 낯선 건 두 사람 혹은 그 이상 인원의 꿈을 ‘연결’할 수 있고, 다른 이의 꿈에 들어가 상대의 생각을 ‘추출’(extraction, 익스트랙션)할 수도 있고 생각을 ‘이식’(inception, 인셉션)할 수도 있고, 추출과 이식을 위해 꿈속 공간을 ‘설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인셉션’에 적용된 시간의 개념은 ‘꿈의 단계별로 시간 길이가 다르다’는 설정이다. 1단계에서 10초가 흘렀다면, 2단계에서는 200초가 가고, 3단계에서는 4000초의 시간이다. 실제로 꿈에서는 뇌의 활동이 빨라, 우리가 수십 초 꿈을 꾸고도 수십 분 이상 꾼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실에 착안했다. 영화에서는 꿈속 뇌의 활동이 ‘20배 빠르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를 수치로 얘기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적 단위로 표현하면서 수치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일테면 처음에 시간 속도가 다르다는 걸 설명할 때, “1단계에서 1주일이면, 2단계에서는 6개월”이라고 말하면 꿈속 공간 설계자(엘렌 페이지 분)가 “3단계에서는 10년”이라고 맞춘다. 2단계에서 3단계는 정확히 20배다. 그러나 1단계에 1주일이면 2단계에선 20주인데 6개월은 단순 계산으로 24주, 1년이 52주인 걸 감안하면 26주이므로 20배가 넘는다.


2단계 꿈에서의 아서(조셉 고든 래빗 분). 영화 촬영현장 ⓒ㈜디스테이션 제공 2단계 꿈에서의 아서(조셉 고든 래빗 분). 영화 촬영현장 ⓒ㈜디스테이션 제공

# 꿈, 20배씩 빨라지는 시간의 흐름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장면, ‘그룹을 쪼개야 한다’는 생각을 심기 위해 에너지 재벌 상속자 피셔(킬리언 머피 분)의 꿈에 들어간 주인공들, 1단계 꿈이 ‘6초’가 남은 상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시간 수치가 나오는데. 1단계 꿈에서 모두가 잠들어있는 승합차가 예상치 못한 시가전으로 6초 뒤면 물로 추락한다, 추락은 꿈을 깨우는 ‘킥’이 되므로 6초 뒷면 비행기에서 꿈꾸고 있는 피셔가 깰 것이다. 그 전에 3단계 설원 배경 꿈에 들어가 있는 이들이 피셔의 생각에 인셉션을 마치고 피셔의 저택 폭발을 킥 삼아 꿈을 깨야 하고, 바로 이어 호텔에서 공중부양하듯 잠든 2단계의 주인공들이 엘리베이터 폭발을 킥으로 깨어나야 하고, 드디어 1단계의 차가 물에 빠지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 잠든 주인공들이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1단계 꿈에서 긴급사태가 터진 상황에서 “6초 뒷면 차가 추락하니 아서(2단계 호텔 꿈)에게는 2분, 우리(3단계 설원 꿈)에게는 20분”이라는 말이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의 입을 통해 나온다. 6초의 20배면 120초, 2분이 정확한데 2분의 20배는 40분인데 20분이라고 말한다. 20분과 40분, 산술적 차이에서 오는 아쉬움은 아니다. 3단계 꿈에서 피셔에게 인셉션을 완수하는 시간까지 20분보다 훨씬 긴 러닝타임이 흐르는데 굳이 줄여서 20분이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20분밖에 남지 않아 긴박감이 조성되기보다는 20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온갖 일이 벌어지는 설원의 상황이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3단계 꿈에서의 코브와 놀란 감독. 영화 촬영현장 ⓒ㈜디스테이션 제공 3단계 꿈에서의 코브와 놀란 감독. 영화 촬영현장 ⓒ㈜디스테이션 제공

# 끝까지 충격, 팽이는 멈추었을까


3단계에서 죽어 4단계 림보에 빠진 사이토(와타나베 켄 분), 피셔 인셉션 의뢰인이자 아내 살인범으로 지명수배된 코브를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려보낼 키맨을 구해내는 장면은 현실감이 있다. 코브가 림보 속 사이토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그저 노인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을 산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펼치는 ‘피셔 인셉션’은 10시간의 비행시간을 이용해 벌어지는데, 비행기 탑승 후 얼마 안 돼 꿈속으로 들어가고 착륙 20분 전에 꿈에서 깨므로 약 9시간 정도 잠을 잔 것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에서의 9시간은 4단계 꿈에선 164년 시간과 맞먹는다.


영화 ‘인셉션’은 시간의 설정뿐 아니라 다리가 계단이 되고, 도로 한복판에 기차가 달리고, 도로와 건물들이 도넛처럼 말려 차가 천장으로도 달리고 수직으로도 달리는 시각적 요소들도 충격적이다. 충격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다.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나만이 알 수 있는 토템으로 코브는 원래 아내(마리옹 꼬띠아르 분)의 것이었던 팽이를 가지고 있는데 팽이가 돌다 멈추면 현실, 계속 돌면 꿈속이다. 드디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간 코브, 분명 아이들은 조금 컸고 꿈속과 옷 색깔도 다른데 팽이는 계속 돈다. 지금 다시 보니 덜 헷갈리는데, 10년 전 관람 때는 팽이가 계속 도는 것으로 보여 어안이 벙벙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크리스토퍼 놀란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 드리고파”


끝까지 놀람을 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테넷’ 이후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알이 도로 총구에 박히고 정주행하는 차들 속에 마치 전진하듯 자연스레 역주행하는 차들, 새로운 영상을 통해 새로운 액션을 보여 주기 위해 물리학을 차용하고, 아이맥스 카메라를 핸드헬드로 개조하고 80mm 매크로 렌즈를 개발하는가 하면 역대 최대 세트장을 짓고 역대 최다 길이의 필름 촬영을 무던히 해내는 놀란이 아닌가. 그는 테넷 개봉을 앞두고 “본 적 없는 액션 영상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을 위한 행보임을 알기에 매번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소문 속에서도 ‘지적탐구심’을 발동해 놀란의 영화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사랑하는 한국 관객임을 놀란도 아는 만큼, 놀란은 약속대로 한국에 올 것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감독과 관객의 선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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