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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미래투자 전념하던 기업들, 정부에 뒤통수


입력 2020.08.27 11:52 수정 2020.08.27 12:2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코로나19 불확실성 불구, 설비증설·R&D에 적극 투자 불구

정부는 경영권 위협하고 투자 발목 잡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


주요 4대 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주요 4대 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우리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부진과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 미래 사업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해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는 법안들을 잇달아 밀어붙이며 ‘내부의 적’ 역할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27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상반기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했으며, 하반기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라인 신증설 및 보완 등의 시설투자에 17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도체에는 14조6901억원, 디스플레이에는 1조6298억원의 투자가 집행됐다.


차세대 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10조5851억원을 상반기 중에 투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8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올해까지 3년간 집행하고, 같은 기간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마지막 해인 올 연말까지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 투자 목표치(130조원)는 7조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며, 반도체 사업과 R&D에 대한 투자가 예상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설비투자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는 상반기 1조5726억원을 신차공정 및 신증설에 투자했으며, 그 중 3분의 2 가량인 1조794억원을 국내에 투자했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많은 금액을 4조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며, 한국에만 2조5392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R&D 비용으로도 상반기 1조3277억원을 집행했으며, 하반기에는 이 이상을 투입해 연간 3조원 가량을 R&D에 사용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상반기 한국 5094억원을 포함, 총 8617억원을 신차공정 및 신증설 등에 투자했으며, 하반기 투자는 총 1조6801억원(한국 9853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상반기 R&D 비용으로는 8192억원을 투입했다.


현대모비스의 상반기 투자액은 4550억원이었으며, 대부분 국내에 투자했다. 하반기에는 8149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상반기 R&D 비용은 4780억원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경기도 및 평택시와 평택 포승지구에 전기차 부품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SK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진행 중인 배터리 및 소재 사업 신증설에 올 상반기까지 3조8207억원을 투자했으며, 상반기 R&D 비용으로만 1278억원을 썼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설비 보완투자 비용으로 4636억원을, R&D 비용으로 1조7100억원을 투자했다.


LG그룹의 LG전자는 상반기 1조629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하반기 2조1273억원을 추가해 연간 3조190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R&D 비용으로는 상반기에만 2조원을 썼다.


LG화학도 배터리, 첨단소재, 석유화학 부문에 올 상반기만 2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올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3조4000여억원의 투자가 추가로 집행될 예정이다. LG화학의 상반기 R&D 비용은 5434억원이었다.


이처럼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투자에만 집중하다가는 ‘본진을 털릴’ 위기에 처할 우려가 커졌다.


정부가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다중대표소송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 위반 과징금 2배 상향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임무를 소홀히 해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원을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원래 취지인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보다는 투기자본의 경영권 압박을 통한 단기차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모회사 주주들로부터의 소송 압박으로 자회사 경영진이 과감한 투자나 혁신보다는 위험 회피를 위한 소극적인 태도로 경영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대주주의 의사결정권을 제한시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대기업 총수들의 전략적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에 따른 수십, 수백조원대의 투자 발표를 앞으로는 보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한국 기업의 주주로 등극할 경우 감사위원 선임 등을 무기로 배당 확대 등에만 집중해 기업의 전략적 투자 결정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여지가 크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기업들은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에 시달려야 한다.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이 강화되면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소액주주와 소비자 보호라는 이상주의적 허울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국내 기업들을 몰락시킬 독소조항들을 담고 있다”며 “해당 법안들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멈추고 경영권 방어나 주주 배당에 집중하는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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