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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㉓] 소통에 서툰 이병현, ‘음악’에 담은 마음의 말들


입력 2020.08.26 14:44 수정 2020.08.26 14:4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새 싱글 '행복해행복해' 8월 3일 발매

ⓒ작가 이하늘이 ⓒ작가 이하늘이

‘보이스코리아2’에 출연했던 싱어송라이터 이병현을 두고 시청자들은 ‘4차원 소녀’라고 불렀다. 말수도 적었고, 어쩌다 한 번 내뱉는 말들에서는 다소 엉뚱함이 묻어났다. 귀엽게 봐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악플도 잇따랐다. 프로그램은 이병현에게 악플로 인한 상처로 4년의 공백을 주기도, 또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길이 되기도 했다. 병이되기도, 또 약이 되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대중에게 ‘4차원’이라고 비춰졌던 건 소통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느끼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런 이병현에게 음악은 ‘소통의 창구’가 된다. 마음의 말들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아내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들려준다. 솔직함이 주는 메시지의 힘은 크다. 이병현의 음악들은 그래서 늘 ‘공감’이 있다.


- 가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속 이야기를 잘 하지 못했어요. 기분이 어떤지 티를 낼 수도 없는 성격이랄까요? 소심하고 좋은지 싫은지 조차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유일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 노래를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방안에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거든요! 그러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이라면 나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겠다 싶어서요.


-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했습니다. 지금의 가수 생활에 이 이력들이 미치는 영향도 있을 것 같네요.


저에게 있어서 무대는 그리고 공연은 꿈을 꾸는 것처럼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위로받고 행복하길 바라면서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볼 때 그렇거든요. 그럼에도 공연은 매번 아쉬움을 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를 계속 성장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보이스코리아2’(2013) 출연 당시 ‘4차원’으로 불렸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4차원이라기 보단 두려움이 많았던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이 저를 향했을 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매번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세상이 조금 깊었고 소통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4차원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전 아직도 제 성격이 4차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하. 그냥 일반적으로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소통이 어려운 성격인 것 같습니다. 겁이 많거든요.


- 당시 네 명의 코치들에게 모두 선택을 받았는데요.


그때는 노래에 집중하느라 코치님들이 저를 선택하는지 몰랐어요(웃음). 제가 대중적인 스타일이 아니어서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모두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기분이 ‘붕’ 떠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첫 블라인드 오디션 무대에서 백지영 코치님이 저보고 “똠양꿍 같다”고 해주셨던 말이 기억나네요. 그때는 그게 음식인지도 몰랐는데 그 뒤로 ‘똠양꿍 보이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궁금해서 똠양꿍을 먹으러 갔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즐겨 먹습니다.


- KO라운드까지 진출했는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거든요. 모든 감정을 다 털어냈고 떨어져도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히려 홀가분했어요. 이제 악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요. 하하.


- 다시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생긴다면 참여하실 건가요?


다시 돌아가도 출연할 것 같습니다.! 정말 매순간 재밌고 즐거웠어요.


ⓒ이병현 ⓒ이병현

- 2017년 싱글 ‘잘가라 구름아’로 데뷔했습니다. 가수로서 첫 앨범을 냈던 당시의 감정을 아직 기억합니까?


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요. 제가 가장 마음이 힘들었을 때 썼던 글로 곡을 만들었거든요. 잠을 잘 못자고 항상 아침에 지쳐 잠이 들곤 했던 시기였어요. 그 당시 창문을 통해 아침에 분주히 움직이는 구름을 창문을 통해 보게 됐는데, 그 구름의 모습이 못 이룬 꿈같기도, 지나간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기분을 글로 썼고 바로 곡을 만들었습니다.


- 슬럼프는 없었나요?


아직까지는 없었어요(웃음). 음악을 하는 모든 시간들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 2019년 첫 정규앨범을 내고, 이번 앨범 ‘행복해 행복해’ 발매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년에 발매한 정규앨범을 통해서 제 감정을 모두 털어 놓았고 이 앨범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분을 줄까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풀어낸 깊은 감정들이 혹시나 누군가를 더 슬프게 하지는 않을까, 앞으로 어떤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론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 였습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진심을 담은 음악을 하면 누군가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깊어지는 고민의 답을 찾느라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 8월 3일 발매된 신곡 ‘행복해행복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람들에게 작은 환기를 주고 싶어서 쓴 곡입니다. 언제나 ‘단순함’으로 행복을 이룰 수는 없지만 때로는 복잡한 문제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잡아두고 힘들어하지 말고 단순하게 넘기고 정리해보면 어떨까. 불안한 마음을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무겁지 않게 작은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덜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그렇게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 30분 만에 곡을 완성했다고요.


대부분 빠른 시간 안에 쓴 곡들이 발매로 이어졌어요. 곡에 대한 감정이 가장 짙을 때 완성을 하려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지 못한 감정을 표현하려 곡을 쓰게 되면 정말 오래 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파고들어 마음에 드는 곡을 쓰기도 하지만요. 평소에 하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면 바로 글로 쓰기 시작해요. 그리고 기타나 피아노를 연주해보면서 멜로디를 붙입니다.


- 그래서인지 가사가 매우 솔직하고 담백합니다.


그런가요? 하하. 막연한 감정을 쓰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발매한 모든 곡들은 다 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온전히 내 감정만 토로하기 보다는 나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거나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런 기분을 가지고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작가 이하늘이 ⓒ작가 이하늘이

- 편곡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편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노래의 포인트인 ‘단순함’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스케일이 큰 악기 편성과 연주보다는 심플하고 조금은 위트 있는 느낌의 편곡을 원했습니다. 편곡을 맡아주신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폴카이트(paulkyte) 님은 제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해주시고 표현 해주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100% 만족입니다. 하하.


- 뮤직비디오도 직접 구상하고 편집, 제작까지 참여했다고요.


사실 뮤직비디오는 ‘단순하게 가사에 집중해서 표현하자’는 마음으로 구상했습니다. 재밌게 B급 감성으로 찍어보자는 마음이었고 살짝 위트 있는 장면들이 있으면 보시는 분들도 노래처럼 무겁지 않고 가볍게 보실 수 있겠다 생각하고 촬영하고 편집했습니다.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아쉽고 걱정스럽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공연이 언제쯤 가능할지 막연하네요. 음악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큰데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조심해야하는 시기인 만큼, 직접 대면이 아닌 다른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SNS를 통한 공연도 구상하고 있어요. 하루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고, 힘드신 모든 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랍니다.


- 이병현의 음악적 방향성을 듣고 싶습니다.


저의 음악적 방향성은 ‘공감’입니다. 대중들에게도 가장 가까운 가수로 인식 되고 싶어요. 내가 즐거울 때나 슬플 때 그리고 힘들 때 가장 편안하게 옆에 두고 들을 수 있고 제 음악이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가수가 아닌 힘을 내고 싶을 때, 위로 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런 가까운 가수가 되고 싶네요.


- 올해 목표가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도 보여지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노래로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는 마음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진심을 놓치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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