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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원의 백미러] 제2벤처붐 불 지피는 금융당국...숙제도 산더미


입력 2020.08.10 07:00 수정 2020.08.10 07:1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K-유니콘 키운다...증권사·자산운용사도 벤처투자조합 설립 허용

리스크 관리 요구하면서 고위험 벤처투자 강조...업계 부담 커져

여의도 증권가 전경.ⓒ뉴시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뉴시스

“모험자본 공급도 좋고 혁신기업 육성도 좋지만, 증권사의 잠재적 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정부가 ‘제2벤처붐’을 이끌어내기 위해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등을 활용한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벤처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의 참여를 너무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증권사와 벤처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벤처투자조합을 설립하고 운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증권사의 벤처기업 대출을 겸영 업무에 추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벤처기업 대출은 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영업용 순자본 차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3000억원으로 4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는 1조649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3%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에 투자 대상 기업 발굴을 위한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졌고 이는 2분기 투자 실적 급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투자 활동이 재개되면서 금융당국은 이번 벤처투자법이 벤처투자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 자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벤처투자와 자본시장의 접점을 확대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차원이다. 최종적으로는 한국 자본으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자는 게 정부 목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증권사 등 민간 금융권의 벤처투자 참여를 당부한 가운데 업계 반응은 미지근한 상태다. 일단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미 벤처 투자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미 좋은 스타트업엔 자금이 몰리고 있고, 투자되지 않은 분야를 발굴해 결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또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이 크지 않은 데다 벤처투자의 위험성을 사측이 떠안아야 하는 점도 문제다. 현재 리스크 관리는 증권사들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최근 금융당국은 잇따른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강경한 방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험 투자에 속하는 벤처투자를 당장 강조하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져 보인다.


결국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저하시켜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민간 자본을 벤처투자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지거나 투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는 벤처생태계 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사들이 장기적인 시선을 가지고 숨은 보석들을 발굴 할 수 있도록 활성화를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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