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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창구 먼저 떠나는 대기업에 은행 '주름살'


입력 2020.07.21 06:00 수정 2020.07.20 15:5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대기업 대출 감소 전환…한 달 만에 3.8조↓

中企·가계는 증가세 여전…리스크 부담 가중 우려

국내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불어나던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이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느 정도 위기를 넘기면서 빚을 지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처럼 우량 고객인 대기업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반면, 비교적 위험이 큰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은 계속해 몸집을 불리면서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85조798억원으로 한 달 전(88조9027억원)보다 4.3%(3조8229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흐름은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먼저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보유량이 같은 기간 22조7465억원에서 21조5514억원으로 5.3%(1조1951억원) 줄었다. 우리은행 역시 18조8631억원에서 17조2336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6조7415억원에서 15조81083억원으로 각각 8.6%(1조1951억원)와 5.6%(9307억원)씩 대기업 대출이 감소했다.


이어 농협은행의 해당 금액도 13조4030억원에서 13조2966억원으로 0.8%(1064억원) 줄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만 17조1486억원에서 17조1874억원으로 다소(0.2%·388억원)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대기업 여신은 빠른 증가세를 이어 왔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을 상대로 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이 본격화하면서였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올해 2월 말 74조6073억원이었던 5대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5월 말까지 석 달 간 19.2%(14조2954억원)나 늘었다.


이렇게 확대되던 대기업 여신이 최근 축소로 전환된데 대해 은행들은 그 만큼 대출을 찾는 사례가 줄어들 결과라고 해석한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우량 회사채 시장이 고비를 넘기면서 이를 통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있어서다. 아울러 지난 3~4월 발생한 단기 대출이 상환에 들어간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 6월 말 중소기업 대출은 434조3646억원으로 전월(431조8685억원) 대비 0.6%(2조4961억원)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잠재 위험이 더 큰 자영업자 대출이 253조9712억원에서 256조9511억원으로 1.2%(2조9799억원) 늘며 증가세가 더욱 가팔랐다. 가계 대출 역시 같은 기간 627조3829억원에서 630조7243억원으로 0.5%(3조3414억원) 늘었다.


은행 입장에서 이런 추세는 여신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5월 말 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59%로 대기업(0.24%)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7%로 이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 가계 대출의 연체율도 0.30%로 대기업을 웃돌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우려했던 만큼의 위기로 치닫지는 않으면서 대기업들의 대출은 안정세를 찾은 모양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세 자영업자 등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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