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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절절한 이야기, 먹먹한 여운 '소년시절의 너'


입력 2020.07.05 10:26 수정 2020.07.05 10:30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증국상 연출…주동우·이양천새 주연

개봉 5일 만에 수익 1400억 돌파

영화 '소년시절의 너'ⓒ(주)영화특별시SMC 영화 '소년시절의 너'ⓒ(주)영화특별시SMC

지난해 중국을 뒤흔든 영화가 있다. 개봉 5일 만에 수익 14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총 2600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알라딘'을 비롯해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 '캡틴 마블', '어벤져스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모두 제치고 역대급 흥행을 일궈낸 '소년시절의 너'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라는 홍보 문구와 '소년시절의 너'라는 제목을 보노라면 우리가 많이 봐왔던 중화권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연상한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부수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영화의 배경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중국의 한 고등학교. 첸니엔(주동우 분)은 빚쟁이 엄마에 열악한 집안 환경에도 전교 10등 안에 드는 우등생 소녀다. 자신의 삶을 역전시킬 탈출구는 명문 베이징대 입학뿐이다. 공부에만 몰두하던 어느 날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친구가 학교에서 몸을 던지고, 이 비극을 모두가 휴대전화로 찍기만 할 때 첸니엔은 친구에게 다가가 자신의 옷을 덮어준다. 이후 첸니엔은 학교 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집단 괴롭힘을 당해도 오로지 대학 입학만을 위해 꿋꿋하게 버텨낸 첸니엔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소년 베이(이양천새 분)를 만난다. 둘은 비슷한 상처와 외로움에 끌려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베이는 첸니엔을 지켜주리라 다짐한다. 수능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첸니엔은 삶을 뒤바꿔버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암담했던 둘 인생은 또 한 번 진흙탕 속으로 내리꽂힌다.


'소년시절의 너'는 시작부터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이 영화가 피해자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는 자막으로 학교 폭력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학교 폭력은 입시 지옥을 아등바등 버텨내는 청춘들의 현실과 맞물린다.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고 내모는 학생들의 얼굴과 명문대를 가야만 성공한다는 교사들의 외침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교내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을 남 일인 듯 구경하기 바쁜 아이들과 학교와 학교 밖에서도 이어지는 집단 따돌림, 이를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중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을 사는 청춘들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주)영화특별시SMC 영화 '소년시절의 너'ⓒ(주)영화특별시SMC

영화에서 묘사한 학교 폭력의 수위는 높다. 짓이겨질 대로 짓이겨진 첸니엔의 고통은 고스란히 관객 몫이다. 그럼에도 첸니엔이 주저앉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건 첸니엔의 곧은 심지와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베이의 애틋한 마음 덕이다. 소외된 삶을 사는 둘을 위한 사회적 울타리는 없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를, 스스로를 지켜주며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누구보다 행복해야만 하는 둘의 가슴 아픈 결말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왜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말은 허공을 맴돌고, 첸니엔은 울부짖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영화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어른들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개봉 후 중국에서는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영화는 이야기를 끝내고, 중국에서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배우들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인기 배우 주동우는 작은 체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극 속으로 안내한다. 상처로 점철된 첸니엔의 삶을 맑고 슬픈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눈물 연기는 실제처럼 사실적이다. 주동우와 호흡한 이양천새는 첸니엔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로 분해 절절하면서 먹먹한 여운을 준다.


국내 영화 '도둑들'에도 출연한 증극상 감독이 연출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내밀하게 묘사한 감독은 이번 영화로 학교폭력과 입시에 대한 메시지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홍콩영화금상장 8관왕을 휩쓸었다.


7월 9일 개봉. 135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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