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조인영의 적바림] 무소불위 금속노조, 기업결합 개입까지


입력 2020.06.25 14:00 수정 2020.06.25 16:1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금속노조, '3자 지위' 활용해 기업 전략적 결정 '발목' 우려

조선사 명운 흔드는 것은 산업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행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019년 6월 14일 사측의 법인분할 주총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019년 6월 14일 사측의 법인분할 주총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선회사간 '빅딜'에 뜬금없이 금속노조의 입김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우조선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 노조(현대중공업지회)는 기업결합 심사 관련 이들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제3자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초 양사의 합병 발표 이후부터 구조조정 등을 문제 삼으며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작년 9월엔 EU 집행위를 직접 방문해 반대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노조 개입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3자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 받게 된 금속노조는 활동 무대를 유럽으로 넓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양사 합병과 관련된 자료 열람을 요청하거나 EU가 주관하는 청문회에서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업계는 금속노조의 역할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기업결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심사의 쟁점은 독과점 등 시장경쟁 저해 여부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구조조정 우려와는 결이 다르다.


문제는 기업간 인수합병까지 금속노조가 개입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다. 민간회사간 빅딜에 금속노조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감놔라 배놔라' 한다면 전략적 결정이 계속해서 발목 잡힐 수 밖에 없다.


조선산업은 뭉쳐서 살 길을 모색하던지, 출혈경쟁으로 다 같이 무너지던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가뜩이나 악화됐던 업황이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조선해양은 합병 착수 이전부터 '빅2' 합병이 조선산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발 벗고 나서 조선사 명운을 흔들겠다고 하는 것은 기업 뿐 아니라 한국 조선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을 지렛대로 앞으로 다수의 완성차, 철강사들까지 노조의 개입을 감수하느라 전략적 결정이 늦어져 산업 변화에 뒤쳐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금속노조의 역할은 소속 지회들을 총괄하고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행위는 월권이다.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자 국가산업을 흔든다면 공멸만 가져올 것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