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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마케팅 명과 암] 제로금리 시대에 8% 적금?…실제 혜택 '바늘구멍'


입력 2020.06.26 06:00 수정 2020.06.25 10:4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각종 우대금리 넘쳐나지만…요구 조건 맞추기 까다로워

힘겹게 문턱 넘어도 실제 이자 쥐꼬리…숫자놀음 논란도

국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까지 떨어진 가운데 높은 이자율의 적금을 앞세운 금융사들의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픽사베이 국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까지 떨어진 가운데 높은 이자율의 적금을 앞세운 금융사들의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픽사베이

국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까지 떨어진 가운데 높은 이자율의 적금을 앞세운 금융사들의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이미 주요 예금 상품들의 금리가 1% 미만으로 추락한 와중 무려 8%대의 금리를 적용해 준다는 적금까지 등장한 현실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리 혜택을 모두 받기 어려운데다 가입 기간도 짧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 만큼, 꼼꼼한 셈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복합 상품인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을 출시했다. 이는 신한금융의 우수고객 멤버십 플랫폼과 연계된 상품으로 최대 연 8.3%에 달하는 이자율을 앞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적금은 우선 기본금리 연 1.2%에 자동이체 연결 시 0.3%, 최근 3개월 간 적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에 0.3%가 더해져 최대 1.8%의 이자율을 제공한다. 이 같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에 더해 신한플러스 멤버십 가입과 신한체크카드 신규 이용, 신한금융투자 최초 거래, 신한생명 인터넷 보험가입 등 다른 신한금융 자회사를 통한 거래 조건을 채워야 연 금리 6.5%에 해당하는 리워드가 마이신한포인트 또는 캐시백 형태로 주어진다.


문제는 매달 해당 적금에 넣을 수 있는 돈이 3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만기도 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포인트·캐시백을 현금처럼 단순 계산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자는 4만3000원 가량이다. 한 달로 따지면 7200원 꼴이다. 이자에 붙는 세금을 생각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더 쪼그라든다.


다른 은행들이 고금리를 강조하며 판매에 들어간 비슷한 적금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가입할 수 있고, 납입 금액과 기간도 크게 한정돼 있다. 우대금리의 상당 부분이 일반 은행 이자가 아닌 다른 금융사의 포인트로 채워지는 점 역시 동일하다.


SC제일은행은 삼성카드와 '부자되는 적금세트 -7% 미칠혜택'이라는 이름의 적금을 출시했다. 은행이 주는 연 1.6% 기본금리에 5.4%의 캐시백이 붙어 최대 7%의 이자율 혜택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이 상품은 삼성카드 신규 고객이거나 직전 6개월 간 삼성카드를 이용한 이력이 없는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매달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10만원 또는 25만원 중에서만 선택 가능하고, 만기는 최대 1년이다.


이 상품에 최대한도 금액으로 만기를 채웠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1만3000여원 수준이다. 한 달로 따지면 9400원에 그치는 액수다. 이 역시 세금이 붙기 전 액수이고, 이자의 대부분이 캐시백 형태로 제공되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선보인 '우리매직 적금 바이 현대카드'도 기본적으로 기본금리 연 1.7%에 우대금리 연 0.5%를 준다. 여기에 우리은행 첫 거래고객이거나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 또는 연금을 수령하고, 현대카드 사용실적과 자동이체 조건을 만족하면 금리 3.5%가 추가돼 연 최고 5.7%의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입 기간은 1년이며, 월납입 한도는 최대 50만원이다. 그래도 카드 포인트 방식의 이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렇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이자는 18만5000여원으로, 한 달에 1만5400원 정도다.


이처럼 은행들이 표면적으로라도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은행 적금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시선 끌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워낙 심화하고 있어서다.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대형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들의 실질 연 이자율은 대부분 1% 미만으로 떨어진 실정이다. 이런 와중 5~8%에 달하는 금리를 준다는 문구는 고객들의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금리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두 달여 만에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우게 됐다. 한은은 지난 3월에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한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들의 고금리 적금 홍보는 일종의 숫자 마케팅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금리에 목마른 고객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은행 적금이 담당하던 목돈 만들기 기능은 상당히 퇴색된 현실"이라며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될지 꼼꼼히 따지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연 이자율만 보고 돈을 맡겼다가는 결과적으로 여유 자금을 제대로 굴려보지도 못하고 묵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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