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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흔들리는 지방은행…유동성 악화 '벌써'


입력 2020.06.23 06:00 수정 2020.06.22 17:3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부산은행·대구은행 등 직격탄…코로나 타격 중심지 '역풍'

금융당국 규제 마지노선 근접…건전성 리스크 관리 '촉각'

국내 지방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지방은행들의 유동성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 이후 제조업 부진에 직면한 부산·경남 지역과 국내 대유행의 진원지였던 대구에 근거를 둔 지방은행 등은 당장 규제 마지노선 사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제적 타격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반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약한 지방은행들이 먼저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들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2.4%로 전 분기 평균(114.4%)보다 2.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순현금유출액 대비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 건전성 지표다.


아울러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다. 즉, 은행의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온도차가 상당했다. 우선 부산은행의 LCR은 같은 기간 110.6%에서 103.8%로 6.9%포인트 하락하며 최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대구은행의 LCR이 111.2%에서 106.0%로 5.2%포인트 떨어지며 낮은 편이었다. 경남은행의 LCR은 126.4%에서 14.9%포인트 하락한 111.5%로 110%대를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낙폭은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였다.


반면 광주·전북은행의 유동성은 개선 흐름을 보였다. 광주은행의 LCR은 107.7%에서 123.8%로 16.1%포인트나 오르며 유일하게 120%를 넘겼다. 전북은행의 LCR도 116.1%에서 116.7%로 다소(0.6%포인트) 상승했다.


100% 선에 턱걸이 하는 수준까지 내려온 부산은행 등의 LCR은 금융당국이 정한 하한선에 거의 다다른 수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을 상대로 100% 이상의 LCR 유지를 의무화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이후 이를 85%까지 낮춰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로, 오는 9월이면 다시 원래 기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더불어 코로나19 초기부터 경제적 충격의 중심으로 거론되던 부산·경남과 대구에 영업 발판을 두고 있는 지방은행들에서 유의미한 유동성 악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앞으로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와중 일찌감치 유동성 위축이 감지되고 있는 현실은 불안감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문의 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후퇴한 실정이다. 지난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제조업 부분은 전달 대비 3포인트 내린 49에 머물며, 2009년 2월(43)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아울러 국내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진앙이었던 대구·경북의 경제 여건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 내 권역별 경기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 대구·경북권의 경기는 전 분기 대비 큰 폭 악화를 나타냈다. 지역경제보고서는 권역별 경기를 7단계로 나누는데, 이 중 큰 폭 악화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이 같은 등급의 경기 악화를 드러낸 곳은 국내 전 지역 중 대구·경북이 유일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코로나19로 지방은행들의 건전성에 어느 정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무리 지방은행이라 해도 제 1금융권에 속하는 금융 기관이 지금처럼 빡빡할 정도로 유동성이 떨어진 모습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규제를 어긴 것은 아니라곤 하지만 1금융권 기관인 은행이 LCR 100%를 겨우 넘기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지금은 수익성보다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기미를 보이는 등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면서 이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은행들도 현금과 국공채 확보 등 유동성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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