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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거취에 금융권 관심…'구조조정 임무' 완수할까


입력 2020.06.18 06:00 수정 2020.06.17 22:1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임기 3개월 앞두고 산업은행장 최초로 연임 가능성 거론

구조조정 중책 매듭지을지 관심…유관기관 '장' 이동설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임기를 3개월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산은) 회장의 거취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가에선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에 따라 유관기관 '장(長)'들의 연쇄적인 인사이동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의 임기는 3년이 되는 오는 9월까지로, 산은 내부적으로 임기 종료에 따른 일정 및 업무 조정 등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는 이 회장의 '퇴임 의사'가 반영된 준비작업이다.


하지만 당장 두산중공업·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부실 대기업 지원의 총대를 멘 산은이 이 회장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운데다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는데 주변에서 '더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다.


현재 산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20조원의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산더미 같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업은행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데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굵직한 현안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르면 이번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나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 등 재무구조개선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주요 현안 해결에 속도전을 강조하는 것도 3개월 남은 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주요 이슈를 매듭짓고 떠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의 관심은 오는 9월 이 회장의 행선지가 어디냐로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좁은 금융인력풀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역할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정권과의 금융코드가 통하는 금융권 내 손꼽히는 거물 인사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맡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금산분리 완화와 자본시장통합법 등에 반대하며 한국금융연구원장직을 내던지며 야성을 내보였던 점도 이번 정권과 맞아떨어졌다.


이 회장이 2016년 3월 진보성향 경제학자들과 함께 펴낸 저서 <비정상경제회담>은 정부출범 이후 '금융 바이블'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독했다며 주변에 권한 <비정상경제회담>은 이 회장을 비롯해 윤석헌 서울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등 경제학자 8명이 참여했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로 은행연합회장부터 경제부총리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무게감과 정권의 신뢰를 감안하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회장의 거취가 금융권 인사이동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이 회장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어진 임기에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덕목"이라며 "9월초까지는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내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스트레스 받는다. 더 이상의 미련도 없고, 그 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이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벌써부터 이 회장의 후임자 하마평도 물밑에서 돌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회장의 거취에 따라 다른 장(長)급의 인사도 맞물려 있으니, 외부에서 연임론을 흘리는 분위기"라며 "이 회장이 욕심을 크게 부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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