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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댓글폐지 그 후②] “즉각 반응확인 어려워” vs “이제라도 시행 돼 다행”


입력 2020.06.11 16:50 수정 2020.06.12 08: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악성 댓글에 시달린 스타들, 대부분 댓글 폐지 '환영'

"온라인도 오프라인 수준의 매너와 윤리 필요"

ⓒ네이버 ⓒ네이버

포털의 연예 기사 댓글이 사라진 것을 가장 반기는 건 역시 악성 댓글의 직접적인 대상이었던 연예인들이다. 이미 방송에서도 이들은 댓글 폐지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포털사이트의 변화를 적극 지지했다.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하니는 유튜버 ‘릴카’ 채널에 나와 악성 댓글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옛날에는 인터넷 기사의 스크롤만 내리면 댓글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댓글을 못 달게 바뀌었더라.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명수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에서 “조금만 더 빨리 시행됐다면 몇 명 살렸을 거다. 마음이 아프다. 정책이 조금 앞서가도 좋을 것 같다. ‘왜 예방을 못할까’라는 생각에 아쉽다”면서도 “(댓글 폐지 이후)기사를 편하게 보고 있다. 댓글이라는 게 코멘트니까 (기사를 보다가 댓글을 읽으면) 첫마디부터 기분이 확 상한다”고 달라진 부분을 언급했다. 박명수의 발언처럼 자체적으로 스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대부분이 “이제라도 없어져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10여 년 동안 활동하며 다수의 악성 댓글로 상처를 받아온 가수 A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악성 댓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어떤 기사를 클릭해도 수위 높은 악성 댓글이 선동하는 부분이 심하게 주목됐는데, 지금은 훨씬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 아주 좋은 변화”라고 했다. 또 다른 여성 가수 역시 “기사를 볼 때 마음이 편해졌다. 이유 없이 외모나 가족을 비하하는 글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수 B씨는 “만약 오프라인 관계에서 타인의 속마음이 원치 않게 계속 들린다면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간에 엄청난 스트레스 일 것 같다. 그동안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행해진 댓글 문화가 그런 타인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창구였는데 그 기사의 당사자들은 그 스트레스를 온전히 감내하며 버텨왔다고 생각된다”면서 “연예뉴스 댓글은 그동안 여러 사례를 보아 알 수 있듯이 순기능보다 훨씬 많은 역기능을 보였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생태계가 더 친숙한 세대다. 온라인 생태계 역시 오프라인과 동등한 수준의 매너와 윤리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더욱 더 투명한 온라인 실명제를 도입하여 바람직한 댓글 문화가 정착된다면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비판이, 원색적인 편 가르기보다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져 온라인 생태계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폐지 초반과 현재의 입장이 다소 달라진 건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소속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함에 따라 댓글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던 기획사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이슈에 대한 확대해석이나 인신공격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없다보니 이전보다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소속 연예인에 대한 피드백이 줄어든 것에 갈증을 보였다. “댓글은 존재하되,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댓글이 없으니 반응을 알기가 어렵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갑갑함을 느낀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댓글이 사라진 후 스타들이 느끼던 고충은 연예매체 기자들에게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 연예매체 기자들은 최근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팬들로부터 ‘폭탄 메일’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주요 연예매체의 한 기자는 “보기 불편한 악성 댓글을 보지 않는 건 좋지만, 악성 댓글을 일삼던 이들이 댓글창이 사라진 후 심한 욕설이 담긴 폭탄 메일을 보내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도 “독자들이 기자의 개인 메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가족을 죽이겠다’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들로 가득 찬 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획사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피드백 상실에도 아쉬움이 크다. 한 언론사의 연예부 C기자는 “기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악성 댓글 이전에 누리꾼 피드백이 이후 기사 방향이나 소재를 잡는데 도움이 된 측면도 있는데 없어진 후 그 반응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한 면이 있다”면서 “악성 댓글 감지 및 제제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폐지는 헛간 자체를 태워버린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폐지’보다 ‘제제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언론사 문화부 D기자는 “연예 기사 댓글의 폐지는 결국 해당 기사의 주인공이 악성 댓글을 봤을 때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정치, 사회면의 주인공들은 악성 댓글을 보면 상처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포털이 시류에 따라 댓글을 폐지하면서 연예인의 멘탈이나 인권 보호를 내세웠지만 결국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에 불과하다. 과도한 악성 댓글이 있을 경우 그걸 걸러내고 해당 작성자에게 강한 패널티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댓글 폐지를 생각하고 실행한 것은 지극히 1차원적이고 원시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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