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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생만 했는데"…재난지원금 때문에 두 번 우는 카드사


입력 2020.05.27 06:00 수정 2020.05.26 22:4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정부 정책에 '공공재 성격 지원'에도 "수수료 왜 떼나" 불만

시스템개발‧서버증설‧콜센터운영 등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

5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5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참여한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단기간에 서버를 증설하고 전산을 개발하는 등 시스템 구축 작업이 만만치 않았던 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접수라는 전례 없는 일을 하며 업무 과부하에 시달렸는데, 정작 '돈독 오른 금융사'로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영세 가맹점들의 불만에도 시달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참한 카드사들의 공통된 반응은 "남는 게 없는 장사", "금융인프라 공공재 성격의 지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종의 재능기부 성격"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약10조원원 가운데 연매출 3억원 미만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인 0.8%를 적용하면 카드사들이 수수료로 800억원을 앉아서 챙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난지원금 카드수수료 인하' 요청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주요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 지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시스템 개발과 서버 증설에 10억원 가량이 투입되고,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과 콜센터 운영, 마케팅비용 등을 더하면 수익사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계산해도 부담인데, 실제 지원과정에 투입된 인력과 업무 과부하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결국 카드사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일종의 '사회적 금융인프라'로 동원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카드사들은 현재 유례없는 위기상황과 마주한 형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연속 카드사용액이 감소하며 4월에는 역대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승인금액은 69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 줄었고, 승인건수도 17억1천만건으로 1년 전 보다 3.7% 감소했다. 법인카드의 승인금액은 같은 기간 무려 24.3%나 줄어들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은 모두가 어려울 때 사회적 기여차원에서 동참한 것이지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면서 "정부의 방침으로 마케팅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신규고객을 대거 유인한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11일 주요 카드사를 통한 신청 접수가 대체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11일 주요 카드사를 통한 신청 접수가 대체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기부신청 수습에 진땀…금융당국 이례적 '특급칭찬'


더욱이 카드사들은 온라인으로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기부신청 화면'을 크게 띄웠다가 부랴부랴 시스템을 개편해야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신청 초기에 "실수로 기부버튼을 눌렀다"는 민원이 폭주하자 지난 14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부금 정정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애초에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혼선이 예상된다"며 지원금 신청과 기부 신청란을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부가 '같은 화면에 넣도록 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고집하면서 빚어진 혼선이었다. 결국 민원 쇄도에 시달린 것도 시스템을 정비해 수습에 나서야하는 것도 카드사의 몫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카드사를 비롯한 재난지원금 신청 지원에 동참한 금융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블룸버그가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속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신청하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민첩하고 기술 이해도가 높은 행정 인프라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이는 카드사들이 서버를 증설하고 카드 인증, 실시간 사용알림, 이용가능 가맹점 알림 등 다양한 편의서비스 제공에 힘써주는 등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금융권에서는 규제기관인 금융당국의 이번 발언을 두고 "잔소리만 하던 시어머니가 칭찬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공개된 발언에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이 자리를 빌려 긴급재난지원금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권 여러분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은 지난 11일 시작된 후 25일까지 대상가구의 94%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신청 비중이 81%에 달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신청은 다음달 5일까지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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