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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진혜원의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소음


입력 2020.05.26 08:30 수정 2020.05.26 07:41        데스크 (desk@dailian.co.kr)

검찰 조직과 검사 임용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일으키는 일탈행위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 강화, 위반시 제재 확실해 해야 할 필요성 제기

ⓒ YTN 화면 캡처 ⓒ YTN 화면 캡처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진혜원의 '대통령님께' 바치는 찬가는 듣는 이의 말문이 막히게 한다. 그저 어이가 없다.


오해 마시라. 3년여 전 다른 어떤 검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사모하는 글을 SNS에 공개적으로 올렸다 하더라도, 필자는 똑같이 눈과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검찰이란 조직과 검사 임용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과 회의를 일으키게 만드는 심각한 일탈 행위이다.


어쩌다 대한민국 검사가 이렇게까지 타락했는가? 타락이란 말이 지나치다면 검사로서 지켜야 하는 직업 윤리를 생각하고 국가 권력 기관에게 주어진 준엄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상기하기 바란다.


진의 SNS 포스트는 그 중립 의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이렇게, 비록 개인 SNS 활동일 망정, 공개적으로 위반할 때 제재를 엄하게 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라고 규정돼 있는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의 평소 언행에도 적용돼야만 한다.


진보 논객 진중권이 개탄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진혜원의 글은 우선 그 유치한 수준이 이런 사람도 2000년대에는 검사로 합격되는가 하는 실망과 의문을 갖게 한다.


그녀는 한국의 현 대통령 문재인의 성 영문 표기인 Moon이 달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와 같은 점에 착안, 드볼작의 오페라 <루살카(Rusalka)>에 나오는 아리아 <Song to the Moon

(달에게 바치는 노래)>을 2010년 영국의 한 특별 공연장에서 부른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의 유튜브를 소개한다.


진은 이 드볼작 판 <달타령>을 소재로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 플레밍을 묘사하면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수준의 의식과 상상력, 표현력을 보여 독자를 참으로 놀랍게 한다.


"김정숙 여사님께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시는데도 야한 드레스를 입고 찬가를 부르는군요. ㅋ 가수를 소개하는 아나운서도, 자기도 빠지지 않겠다는 듯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곡이라면서, 노래 시작 전과 후에 두 번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과 그 뒤를 이은 로스쿨 제도가 아무래도 구멍이 뚫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지적 수준과 절제력, 균형감각으로 그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단 말인가?


시험은 잘못될 리가 없고 머리가 좋으니 그 시험을 잘 봤을 것이다. 임용 후 막가는 검찰 내 풍토와 새로운 기득권 세력, 주류가 되고 있는, 작금의 거친 진보 인사들의 안면몰수 분위기에 특별하게 편승하는 인물이라 이런 작문 공개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녀는 이 아리아 가사 처음 부분에 나오는 "깊고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님, 당신의 빛은 온 세상을 비추어요. 당신은 이 넓은 세상 비추면서 사람들을 내려다 보죠" 하는 소절들을 독자들에게 큰소리로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진혜원은 지금 진실이 거의 밝혀지고 있는 윤미향 의혹 또는 논란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낯간지러운 비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다.


"이번 기회에 윤미향님이 어떤 사업을 해서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적극 홍보하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검사가 아니라 '문빠' 대변인으로 전업해야 그녀의 신념과 정치적 지향에 맞을 듯하다. 저런 판단력과 기울기를 지니고 나랏일에 중차대한 검사 자리를 지키는 건 너무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같은 '문빠' 여성 유명 인사 중에 소설가 공지영은 그나마 이번 윤미향 사건으로 균형을 찾고 있어 그녀의 팬들에게나 혐오자들에게 공히 적잖은 안도감을 주었다.


공은 지난해 여름 조국 지지 글에서 '문프'라는 중학생 같은 조어를 사용하며


"적폐 청산, 검찰 개혁이 절절했고,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문 대통령)께서 함께할 사람으로 조국이 적임자라 하시니까 나는 문프께 이 모든 권리를 양도해드렸고, 그분이 나보다 조국을 잘 아실 테니까" 라고 횡설수설, 필자 같은 과거 그녀의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그러나 그때 받은 진중권 등의 비판이 매우 아팠는지 윤미향에 대해서는 "(정의연은) 각종 명목으로 지들 배 불리고 명분·정의 팔며 사업체 꾸리는 사기꾼들"이라는 트윗을 공유했다. 피아 구분이 오락가락해서 진의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일류(?) 소설가의 품격을 회복하는 길로 들어선 것 같아 반갑다.


진혜원도 조국 사태 후 공수처 파동 때 한마디 빼놓지 않은 사람이다. 조국 수사의 무리와 과오에 대해 검찰이 사죄해야 한다며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처음에는 전 법무부장관이 주식 관련 부정행위를한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전력을 다해 수사를 해보았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불기소 결정을 하고, 그간 수사 받느라 마음의 상처를 받은 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사죄의 의사를 표명한다, 고 표명함으로써 과오를 바로잡는 것이 법치국가의 공직자로서 자세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치국가의 공직자는 대통령을 찬양하고 흠모하는 연군가(戀君歌)를 불러야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많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이런 소음이 계속돼 '이러다 전체주의로 가는 것 아닌가?" 라는 우려가 커지지 않기 위해서도 '검찰개혁'은 정말로 필요한 것 같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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