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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볼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 K-방역 상징으로


입력 2020.05.23 08:17 수정 2020.05.23 09:22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외신 "지구상에서 무대에 오른 거의 유일한 대형 쇼"

'배우 확진' 위기 넘기고 연장 공연 확정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사진. ⓒ 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사진. ⓒ 에스앤코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일본의 무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모두 멈췄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볼 수 있는 곳은 이제 한국의 블루스퀘어가 유일한 상황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9월 27일 런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브로드웨이, 에스트엔드, 일본, 아시아 및 유럽 투어 무대 등 총 4~5개 무대가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왔지만, 지금은 한국을 제외하고 장기 휴업 상태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공연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최근에는 공연 일정도 6월 27일에서 8월 8일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예상 밖 행보다.


최근 한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처한 국가로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유일하게 공연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국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지구상에서 무대에 오른 거의 유일한 대형 쇼"라며 높은 관심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 코로나19 감염자를 추적하고 지역 감염 사례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기 때문에 공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국의 방역 체계를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도 "지금 시기 영국의 쇼가 여전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마 유일할 것"이라며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했다. 특히 "한국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영국 공연계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한국의 방역 체계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공연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지난 3월 31일 앙상블 배우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2주간 공연을 중단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공연계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잘 대처해왔다는 점을 입증하는 반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많다.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 과정에서 배우와 관객들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배우 및 스태프의 동선도 분리해 운영해왔기에 우려했던 집단 감염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배우 2명 역시 공연장 내 감염은 아니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첫 번째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해외 입국'으로 지정됐다. 두 번째 확진자는 첫 번째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해외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극장들은 내년 초까지 공연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매킨토시는 지난 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극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 공연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쯤에나 무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킨토시는 "공연은 감염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재개할 수 없다"면서 "언젠가 공연은 반드시 재개되겠지만 그 전에 정부의 구제가 시작돼야 한다"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공연계를 위해 영국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공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3일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를 통해 공개한 '오페라의 유령' 공연 실황을 보기 위해 무려 1000만 명이 접속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다. 신천지 사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얼마나 매서운지 보여준 사례였다면, 이태원 클럽 사태는 'K-방역'이란 명성에 취해 있던 한국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다. 방역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공연제작사와 공연장, 관객들이 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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