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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으로 선명하게 남을 왕기춘의 몰락


입력 2020.05.21 10:37 수정 2020.05.21 10:5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구속 상태 왕기춘,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 신청 안 해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억 잊히고 영구제명 선명하게 남아

왕기춘 ⓒ 뉴시스 왕기춘 ⓒ 뉴시스

“나쁜 기억은 잊어주셨으면 좋겠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유도 전 국가대표 왕기춘의 과거 속죄 발언이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 왕기춘이다.


왕기춘은 대한유도회로부터 영구 제명당했다. 대한유도회는 지난 12일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참석 위원 8명 만장일치로 왕기춘에게 최고 수위인 영구제명 징계와 삭단 조치를 부과했다.


지난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왕기춘은 서면을 통해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성폭행 여부와 관계 없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성관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고 수위 징계를 결정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왕기춘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7일 이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한 것으로 사실상 대한유도회 징계를 수용한 셈이다.


받고 있는 체육 연금도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사업 운영규정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연금 수령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은 유죄가 입증될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실시된다.


용인대 출신의 왕기춘은 유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2008 베이징올림픽 선발전에서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제치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kg 8강전에서 갈비뼈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하고도 결승까지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며 투혼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유도 매트를 떠난 뒤 잦은 사건 사고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 경기도 용인의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의 뺨을 때린 혐의로 입건됐고, 2013년에는 육군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영창에 다녀왔다. 2014년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체벌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적어 비판을 들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를 꿈꿨지만 최종 선발전에서 미끄러지며 은퇴했다. 이후 대구서 유도관을 열고 생활체육 지도자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해 왔지만 영구제명으로 인해 유도와 관련한 일은 할 수 없게 됐다.


“나쁜 기억을 잊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던 왕기춘은 이제 몰락이라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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