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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드라마 작가 세대교체①] 김은숙 마법, 이번엔 ‘영’


입력 2020.05.20 11:14 수정 2020.05.21 11:15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평행 세계·로맨스 부조화 '비판'

노희경·박지은·김은희 '승승장구'

'더킹-영원의 군주' 스틸.ⓒSBS '더킹-영원의 군주' 스틸.ⓒSBS

"김은숙 작가가 쓴 작품 맞아요?"


SBS 금토극 '더킹:영원의 군주'(이하 '더킹')를 향한 평가다.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더킹'은 회를 거듭할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비판받고 있다. ‘파리의 연인’(2004),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미스터 션샤인'(2018)을 히트시키며 스타 작가로 군림해온 김은숙에게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시청률도 시원치 않다. 두 자릿수 시청률(11.4%)로 첫 방송을 시작했지만 일주일 뒤 한 자릿수(9%)로 떨어지더니 9회에서는 자체 최저 시청률인 6.3%로 곤두박질쳤다. 남은 6회에서 시청률 반등을 이뤄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킹'은 김은숙표 로맨스의 집대성이다. 그간 김은숙은 여성 캐릭터보다는 남성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 캐릭터는 수동적으로 그려졌고, 그에 비해 남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슈퍼맨'이었다'. 그러다 '태양의 후예'에서 의사, 여군을 내세워 변화를 꾀했다. 이후 '도깨비'에서는 기존 로맨스를 벗어나 ‘생과 사’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호평을 얻었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고애신이라는 멋진 독립군 훈련대장 고애신을 탄생시키며 한발 더 나아간 세계관을 엿보였다. 하지만 '더킹'에서는 진짜 '백마 탄 왕자'를 등장시키며 지겹도록 봐온 과거 설정으로 돌아갔다.


2010년대 드라마를 장악했던 '김은숙의 마법'이 이번엔 통하지 않으면서 드라마 작가의 세대교체 시기가 왔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은숙은 2010년대 이전까지 '가족'이라는 소재로 안방을 주름잡았던 김수현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세대교체를 이뤄낸 장본인이었다.


김은숙 이전에 ‘드라마계의 대모’로 불렸던 김수현은 1980년대~2010년 중반까지 스타 작가로 활약했다. '사랑과 진실'(1984), '사랑과 야망'(1987), '사랑이 뭐길래'(1991),' 목욕탕집 남자들'(1995), ‘청춘의 덫'(1999), '부모님 전상서(2004), '내 남자의 여자'(2007) 등 건드는 작품마다 많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김수현의 작품에는 여러 세대와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갈등을 봉합하는 매개체는 '가족'이다. 3대가 밥상 앞에서 모여 앉는 모습은 김수현 드라마의 단골 장면이다. '엄마가 뿔났다'(2008),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등으로 나아간 김수현의 가족주의는 '그래, 그런거야'(2016)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끄집어낸 전통적인 가족상에 공감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1인 가족과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는 시대와 맞지 않는 구시대적 설정이라는 이유에서다.

'라이브' 포스터.ⓒtvN '라이브' 포스터.ⓒtvN

'엄마의 바다'(1993), '전쟁과 사랑'(1995)을 쓴 김정수 작가도 199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다. 김수현, 김정수를 잇는 작가는 송지나, 노희경이었다. 송지나는 '여명의 눈동자'(1991), '모래시계'(1995)의 성공을 통해 이름을 날렸고, 노희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 '내가 사는 이유'(1997)를 통해 탄탄한 필력을 뽐냈다. 시대의 흐름에도 굳건한 노희경의 발자취는 유독 돋보인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괜찮아, 사랑이야'(2014), '디어 마이 프렌즈'(2016), '라이브'(2018) 등을 통해 세상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보듬은 노희경은 국제 비영리 민간단체 NGO를 다룬 ‘히어’(HERE·가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문영남, 임성한, 김순옥 등 막장 드라마 작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조강치저 클럽'(2007), '수상한 삼형제'(2009), '왕가네 식구들'(2013) 등을 써 시청률 제조기로 우뚝 선 문영남은 지난해 방송한 '왜그래 풍상씨'(2019)로 이름값을 증명했다.


'아내의 유혹'(2008)으로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한 김순옥은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 '황후의 품격'(2018)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막장드라마의 선두주자였다. 김순옥은 SBS새 드라마 ‘펜트하우수’를 준비 중이다.


'보고 또 보고'(199), '인어아가씨'(2002), '왕꽃 선녀님'(2004), '오로라공주'(2013) 등으로 독특한 막장 드라마를 완성한 임성한은 '압구정 백야'(2015)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하다.


2010년대는 김은숙과 김은희의 시대였다. '파리의 연인'(2004), '프라하의 연인'(2005) 등 오글거리는 로맨스로 대중을 사로잡은 김은숙은 '시크릿 가든(2010)', '상속자들'(2013),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거치며 스타 작가로 우뚝 섰다.


'싸인'(2011), '시그널'(2016)에서 장르극에 강한 면모를 뽐낸 김은희는 넷플릭스 '킹덤'(20109~2020) 시리즈로 조선시대 좀비물이라는 참신한 장르를 개척했다.


'미안하다 사랑하다 사랑한다'(2004), '고맙습니다'(2007)로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 이경희 작가는 '함부로 애틋하게'(2016), '초콜릿'(2019) 등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환상의 커플'(2006), '주군의 태양'(2014), '호텔 델루나'(2019) 등을 쓴 홍자매는 몇몇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지만 ‘호텔 델루나’를 통해 재도약했다. '내조의 여왕(2009),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별에서 온 그대'(2013), '프로듀사'(2016) 등을 쓴 박지은 작가는 쓰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초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에선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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