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현대, 끝나지 않은 강렬한 신화

입력 2007.11.09 14: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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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리뷰③] 현대 유니콘스

현대 유니콘스는 올 시즌 56승 69패 1무(승률 0.448)를 기록, 5위 LG에 4.5게임 뒤진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현대가 70승 55패 1무(승률 0.560)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승률 2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 2007년을 실패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준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어야 마땅하다.



보이지 않는 미래,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시즌을 마치고 현대는 창단 이후 11년 동안 팀을 이끌어 오던 김재박 감독을 떠나보내야 했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를 이끌고 무려 8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으며 그 중 4번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감독이었다. 그 모든 것을 불과 11년 사이에 이룩한 김재박 감독이 떠난다는 것은 현대에게 수족이 잘려나간 것과도 같은 의미였다.

게다가 현대 구단 인수의사를 밝혔던 농협이 내부 반발에 부딪혀 인수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그동안 구단 운영비를 지원해줬던 현대家의 지원은 완전히 중단됐으며 선수단의 급여를 한국야구위원회를 통해 지원받아서 해결해야할 만큼 현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재박 감독의 빈자리는 신임 김시진 감독으로 메울 수 있었지만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 촛불과도 같은 팀의 운명을 구할 방법은 없었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룰 수는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는 위태로운 돛을 올리고 2007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파이팅을 기대하기란 애시 당초 무리로 보였다. 그러나 현대는 결코 포기하지도 낙오되지도 않았다. 시즌 후반까지 전개됐던 순위 싸움, 그 치열한 경쟁에서 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타율 0.308 홈런 29개 87타점을 쓸어 담는 대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 부룸바를 비롯해 전준호, 김동수, 이숭용, 이택근, 송지만, 정성훈, 김일경 등의 타자들로 안정된 타선을 구축한 현대는 팀타율 1위(0.271), 팀장타율 2위(0.384), 팀홈런 3위(96개)에 오르는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며 상대 마운드를 맹폭했다. 특히 김동수, 전준호, 이숭용 등 노장 선수들의 투혼이 돋보였다. 타자들은 현대가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왕년의 투수왕국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만큼 무너진 투수진이 현대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투수 캘러웨이(11경기 2승 6패 4.18)가 부상으로 무너졌고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0승 6패 12.81)는 여전히 부상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임선동은 아예 등판조차 하지 못했다. 현대는 부상당한 캘러웨이를 대신할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재정적인 여유도 없었다.

지난해 FA로 쓴 잔을 들이켰던 김수경(12승 7패 3.88)과 2년차 투수 장원삼(9승 10패 3.63) 신인 조용훈(73경기 4승 7패 15홀드 9세이브 3.21)이 고군분투하며 마운드를 지켰지만 팀 평균자책점 7위(4.41)가 말해주듯이 이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대는 투·타의 극심한 엇박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더 강렬한 신화 써내려가기를

현대는 지난 10월 5일 수원 한화전을 끝으로 현대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경기를 치룬 상태다. 이제 현대의 운명은 프로야구 참여의사를 밝힌 STX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달 25일까지는 결말이 지어질 것이라는 소식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현대가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전력보강에 나선다면 명문 구단으로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년 동안의 현대가 쌓아올린 성과는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올 시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 점도 명가 부활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 계기가 됐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었기에 더욱 빛나는 현대 유니콘스의 12년. 현대의 강렬했던 12년을 기억하는 모든 팬들은 앞으로 그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더 찬란하고 더 강렬한 신화를 써내려가기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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