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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구멍' 비판여론 커지자…"충분히 통제"→"머뭇거릴 여유 없어"


입력 2020.05.12 13:43 수정 2020.05.12 14:28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文대통령,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에 "보건 체계 강화" 주문

외신 "경제 재개 자신감에 타격…방어적 자세로 되돌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방역 보건 체계 강화를 촉구했다. 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방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방역 체계에 자신감을 보여왔던 문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눈앞의 위기를 보면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방역 보건 체계부터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며 "올가을 또는 겨울에 찾아올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며 "여야가 총선 때 함께 공약한 사안인 만큼 조직 개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21대 국회의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방역에서의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태원발 집단 감염이 우려됐던 지난 10일에도 "일상 복귀를 늦출 수 없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미 우리는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고,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찬사했다. 그러면서 "두려워 제자리에 멈춰설 이유는 없다. 우리가 방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방역 체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충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틀 새에 관련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이태원발 집단 감염 사태가 '제2의 신천지 사태' 우려로 번지자, 문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정치권 안팎의 뭇매를 맞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순간 그 틈을 바이러스는 치고 들어온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며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거나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지난 11일 "과오를 반복하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며 "정부와 방역당국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방역의 기본부터 다시 돌아보고,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세에 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한국은 전염병 억제의 초기 성공에 대해 국제적 칭송을 받아왔다"며 "갑작스러운 발병 증가는 경제를 재개하는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신감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초기 확산 진압에 대체로 성공한 한국은 한 달 만에 가장 많은 새로운 감염이 보고됨에 따라 방어적인 자세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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