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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길어지는 tvN 침체기, 선구자 명성 되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5.12 05:31 수정 2020.05.13 14:19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차별화된 드라마·예능으로 지상파 위협

독주시대 끝? 종편 급부상하며 무한경쟁

tvN 드라마 '반의반'과 '메모리스트' 포스터. ⓒ CJ ENM tvN 드라마 '반의반'과 '메모리스트' 포스터. ⓒ CJ ENM

방송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던 tvN이 급격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tvN 드라마의 위기설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시대의 변화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반의반' '메모리스트' 등 최근 기대를 모았던 작품들이 모두 시청률 부진에 허덕였다. 특히 압축 편성되는 굴욕을 맛본 '반의반'은 1%대의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려야 했다. 그나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1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이는 과거 tvN의 명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tvN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CJ ENM 콘텐츠편성&기획국 이기혁 국장도 지난해 연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2019년) tvN 드라마 성적이 기존보다는 다소 부진했다"고 인정하면서 "내년에는 계속 다양하고 이색적인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사회 이슈를 건드리거나 장르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월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이 21.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내놓는 작품마다 줄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tvN은 장나라 주연의 '오 마이 베이비(13일 첫 방송)', 한예리 주연의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6월 1일 첫 방송)' 등을 통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기에 고민이 깊다.


과거 tvN가 누리던 '드라마 왕국'의 명성은 종합편성채널 JTBC가 이어받은 모양새다. 지난해 'SKY 캐슬'로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23.8%, 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올해도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 등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부의 세계'는 'SKY 캐슬'을 제치고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인 24.3%를 기록했다.


화제성 면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부부의 세계'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지난 6일 발표한 화제성 지수(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에서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드라마 부문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 등 CJ ENM 채널 대부분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연 프로그램은 이제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대세가 됐고, 각종 종편의 예능프로그램이 점차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마포구 CJ ENM 사옥 모습. ⓒ 뉴시스 마포구 CJ ENM 사옥 모습. ⓒ 뉴시스

자연스레 CJ ENM의 매출도 급감했다. 지난 7일 CJ ENM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108억원, 영업이익 39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49.7% 떨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지만, 콘텐츠가 경쟁력을 잃은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tvN은 한때 지상파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드라마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선구자'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전을 받고 있다. 기세가 꺾인 지금도 별다른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지상파 드라마도 통할 수 있음을 tvN이 입증하자, 이는 오히려 종편들도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강한 경쟁 상대의 등장을 의미하는데, tvN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악과 예능프로그램의 경우도 비슷하다.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계속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실증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불거진 투표조작 논란도 CJ ENM 명성에 흠집을 냈다.


tvN을 비롯한 CJ ENM 채널들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거듭되는 부진과 시청자들의 신뢰 하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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