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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K좀비의 습격①] 떼로 몰려오는 그들, 소름 ‘쫙’


입력 2020.05.10 09:59 수정 2020.05.10 18:54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비주류였던 소재에서 주류로

'부산행' 기점으로 대중적 인기


영화 '부산행' 스틸.ⓒ뉴 영화 '부산행' 스틸.ⓒ뉴

“커억~.” 괴성을 내지르며 맹렬하게 달려온다. 한 둘이 아니니 조심해라. 떼로 물려와 당신을 노린다.


'K좀비'가 대중문화를 습격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주류로 평가받던 좀비물이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스며들고 있다.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좀비물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019~2020)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2'에 대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6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경이로운 좀비물"이라며 "'워킹데드'를 뛰어넘었다"고 극찬했다.


비주류에서 주류 진입의 터닝포인트는 영화 ‘부산행’이었다. '달이 부서진 밤' 등 다수의 좀비 소설을 쓰며 ‘좀비 전문가’로 알려진 정명섭 작가는 "좀비물은 미국에서도 마이너 소재였다"며 "'워킹데드', '월드워Z'를 통해 대중화됐고 한국에서는 '부산행'을 통해 대중적인 소재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중문화계에 좀비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최초 좀비 영화로 알려진 '괴시'(1981)는 되살아난 시체를 소재로 극을 풀어나갔다. '괴시' 이후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좀비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네 번째 이야기 – 죽음의 숲'(2006)을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입산이 금지된 숲에 들어간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일행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잔혹하게 그렸다.


2007년에는 '불한당들'이라는 단편 좀비 영화가 제작됐다. 2006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응원 도중 좀비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웠다. 2010년 개봉한 '이웃집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같은 해 나온 '미스터 좀비'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가장이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된 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작은 규모의 영화다.


지상파 방송에서 최초로 선보인 좀비 드라마는 2011년 방송한 MBC '나는 살아있다'다. 2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좀비들 사이에서 딸과 손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 좀비의 모습을 통해 모성애와 가족애를 보여줬다.


드라마를 연출한 여인준 PD는 당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더라도 사람답게 못 사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겉모습이 흉해도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며 "좀비물 마니아에게는 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장르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킹덤' 스틸.ⓒ넷플릭스 '킹덤' 스틸.ⓒ넷플릭스

좀비물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을 통해 비로소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은 국내 영화 최초로 시도된 좀비 블록버스터로, 한국형 좀비의 탄생을 알렸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좀비떼가 몰려와 살아남은 사람들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을 쫄깃하게 했다.


연 감독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좀비물이 주류 장르가 아니라서 위험 부담이 컸다"며 "제작비도 많이 투입됐고, 좀비 블록버스터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사례여서 부담됐다. '부산행'을 통해 좀비 소재도 상업적인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영화 '창궐'(2018)이 나왔고, 이듬해 개봉한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좀비가 나타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은 좀비물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키며 시즌2까지 제작됐다. '킹덤'은 서양의 문화적 코드인 좀비를 조선시대에 창궐하는 역병으로 바꿔 해석,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냈다. 좀비와 정치 사극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좀비가 탄생한 원인을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 뒀다.


영국 가디언 주말판 옵저버는 "'왕좌의 게임'의 정치적 음모, '기생충'의 계급 갈등에 좀비의 위협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정 작가는 "대중이 좀비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대문명과 연관이 있다"며 "전염병, 바이러스, 환경오염 등 현대문명을 흔드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불안감, 공포감을 느끼는 대중들이 좀비물을 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찾는다. 여러 경로로 생겨난 좀비들을 보면서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상상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비물은 전통적인 크리처물(괴수 영화)과 거리가 멀다"며 "좀비 한 명은 힘이 세지 않지만 떼로 몰려오면 그 어떤 크리처보다 강력한 힘을 낸다"고 강조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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