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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한계 넘는 아이돌①] ‘공치사’ 아닌 진짜 ‘자체제작돌’의 탄생


입력 2020.05.06 09:58 수정 2020.05.06 15: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 지나고 '자체제작' 아이돌 시대 올까

자체제작돌, 그룹 넘어 케이팝 시장 이끌 성장동력

ⓒ뉴시스 ⓒ뉴시스

“아이돌이 문화를 만들면 팬과 대중이 공유하고 확장시키며 전파한다.”


대중문화계에서 아이돌 문화가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그 이전부터 그룹 형태의 가수들의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어가 아닌 ‘실질적’ 아이돌 그룹의 효시는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돌을 꼽는다. 1020세대 취향의 문화를 공유하는 음악이 이들로부터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6년은 한국 가요사, 특히 아이돌 문화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해다. 그 해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했고, 그룹 H.O.T가 등장했다. ‘현대적’ 의미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설명하는 첫 그룹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닌 H.O.T가 ‘아이돌 1세대’의 시작으로 불리는 것은 기획사의 지휘 아래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탄생한 ‘기획형’ 그룹이라는 점에서다.


그들의 데뷔를 기점으로 현재 말하는 1세대 아이돌 시장이 열렸고, 2000년대 초까지 이들의 전성기로 불린다. H.O.T와 젝스키스가 선발주자로, 신화와 god가 후발주자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걸그룹도 1997년 11월 S.E.S의 데뷔를 기점으로 핑클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이후 베이비복스 등의 그룹들이 등장했다.


동방신기를 시작으로 한 2세대 아이돌(2004~2008)은 인터넷 환경이 본격화되면서 지금 형태의 팬덤이 형성된 시기다. 또 이 시기를 아이돌의 해외 활동의 시작점으로 보기도 한다. 이 때부터 가요계는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시대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돌은 무대 구성 퀄리티로 평가 받는다. 외모와 노래 실력, 춤, 끼(스타성), 표정 연기, 매력 등 모든 것을 종합해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느냐가 1차적인 기준이다. 단지 과거 아이돌은 그중에서도 단연 ‘비주얼’ 비중이 높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돌들의 실력도 상향평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기획사의 지휘 아래 철저하게 만들어졌던 ‘기획형 아이돌’이 범람하던 시기를 지나는 시점부터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악 예능의 범람은 대중이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는 수준을 올렸고, 어설픈 아이돌은 명함도 못 내밀게 만들었다.


물론 뛰어난 실력이 있음에도 ‘아이돌’이란 카테고리에 있기에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데뷔한 이들이 아닌, 온갖 중소규모의 기획사들에서 실력이 부족한 아이돌의 범람, 소속사의 끼워팔기식 멤버 구성이 부른 결과다.


그리고 아이돌의 탄생으로부터 부터 24년이 지난 2020년, 가요계에 또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앨범을, 무대를, 콘셉트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다. 기존에도 여러 아이돌 그룹들의 멤버들 중 일부가 작사·작곡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공치사에 불과했다. 실제로 전문 작곡가들이 다 만들어놓은 곡에 숟가락 하나 얹고 ‘공동 작곡가’에 이름을 올리거나, ‘콘셉트를 처음부터 논의했다’는 식의 어설픈 보도자료로 이미지 세탁에 나서기도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아이돌과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눈속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자체제작돌’(자체 제작+아이돌)이라 불리는 그룹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직접 제작 능력을 보여준 (여자)아이들을 비롯해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에이비식스(AB6IX|), 에이티즈 등의 그룹들이 자체 제작 그룹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이들의 등장은 단순히 한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나아가서 케이팝 시장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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