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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유사, 위기와 눈총사이


입력 2020.05.04 07:00 수정 2020.05.03 20:08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코로나19에도 '신의 직장' 꼬리표에 위기 공감대 낮아

유가 다시 올라도 재고평가이익 기대 어렵다 "도움 절실"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무적 충격에 휩싸였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일찌감치 마친 정유사들의 경우 역대급 재고평가손실에 따라 에쓰오일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전례없는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


슈퍼사이클(호황) 땐 수조 원의 이익을 내던 정유사로선 곡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어쩐지 위기를 하소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는 인식과 함께 회계상 재고평가 산출법에 따라 언젠가 이익이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민심의 평가는 냉담하다.


다시금 유가가 상승하면 현재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재료(원유) 덕분에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위기를 단언키 어렵다는 평가다.


정유업계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유가가 다시 상승해도 예전만큼의 재고평가이익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 제품의 소비가 급감한 현 상황에서는 원유 구매에도 한계가 있어 훗날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저장된 물량을 밀어내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유가가 내려갔지만 60% 이상의 세금으로 구성된 기름값 구조 탓에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함께 듣고 있다. 세제 완화 없이는 기름값 절감도 어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전례없는 위기에 정유사들은 정부에 유동성 지원과 절세 혜택 등을 요청했지만, 기대하던 기간산업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마치 외로운 성에서 지는 해를 보며 '고성낙일(孤城落日)'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가 신의 직장으로 불려왔던 이유는 한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기간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과 화학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초 원재료를 만든다. 정유사 없이는 없이는 산업의 토대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 목소리를 흘려 들어선 안 될 때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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