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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그 후] 김생민,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을까


입력 2020.04.29 00:01 수정 2020.04.28 23:43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미투' 가해자로 몰려 사실상 방송계서 퇴출

팟캐스트 복귀에도 비판 봇물, 향후 행보 주목

김생민. ⓒ 뉴시스 김생민. ⓒ 뉴시스

방송인 김생민(46)이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김생민이 '미투' 가해자로 몰려 방송계를 떠난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송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김생민은 2018년 4월, 10년 전인 2008년 방송 스태프 2명에게 저지른 성추행 사실이 폭로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는 김생민이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기에 그 파장이 미친 후폭풍은 엄청났다.


김생민은 소속사 SM C&C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시켜 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10년 전, 출연 중이었던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뒤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그가 이 사건으로 하차한 방송은 KBS2 '김생민의 영수증'와 '연예가중계',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출발 비디오 여행', SBS 'TV동물농장' 등 무려 10여 개에 달했다. 대부분 고정 출연 중이던 만큼 각 프로그램은 그의 출연분을 통편집하고 대체 출연자를 섭외하는 등 한동안 숨 가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생민은 이 사건 이후 긴 자숙 시간을 보냈지만, 대중들은 좀처럼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팟캐스트 방송 '영화 들려주는 김생민입니다'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이는 그의 방송 복귀까지 얼마나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하는지 실감하게 해준 계기가 됐을 뿐이었다.


김생민은 지난해 9월 첫 회 오프닝 방송에서 "제가 제정신이 아닙니다"라며 "저 혼자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잘 할 수 있을까요?"라며 영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팟캐스트 방송은 매주 1회씩 총 33회차, 지난 25일까지 이어진 뒤 막을 내렸다.


김생민은 마지막 방송에서 한 구독자의 사연을 통해 경영학의 고전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속 문구를 소개했다.


"우리가 적을 용서하고 잊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주 큰 대의에 몰두하는 것이다."


김생민은 많은 생각에 잠긴 듯 여러 차례 이 문구를 되새김질했다. 대중들의 용서, 그리고 방송 복귀에 대한 간절함이 그의 목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송 복귀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클로징멘트를 통해 "영화로 이 공간에서 다시 만나 행복했고 감사했다. 여기까지가 시즌1"이라며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나지만 그래도 또 찾아올 수 있다. 또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날 계획이다"라고 약속했다.


김생민은 "이 공간이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김생민의 구체적인 방송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생민의 소속사 SM C&C 측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1991년 연극배우로, 1992년에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생민은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뒤늦게 성공한 방송인이었다. 오랜 시간 숙성 기간을 거쳐 이미 준비돼 있던 김생민은 톡톡 튀면서도 매끄러운 진행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로 우뚝 섰다.


김생민은 다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용서받지 못한 채 우리 기억에서 사라질까. 어떤 경우가 됐든, 결국 그의 행보는 연예계의 이정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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