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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항서 VIP 한국면세점, 세계 1위 매출 인천공항서는 찬밥


입력 2020.04.22 05:00 수정 2020.04.21 22:06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임대료 감면 받으려면 내년 인하분 포기해야…조삼모사식 감면 정책에 반발만

매달 손실만 1000억 규모…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1위 지위 장담 못해

"정부 자릿세 보존 때문에 국내기업 경쟁력 상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세계 1위 면세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한국 면세점들이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탓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특히 해외 주요 공항들이 입점 면세점에 대한 임대료 인하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인 인천국제공항은 조삼모사식 인하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2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조1026억원으로, 전달인 2월(2조248억원)과 비교해 46% 줄었다. 인천공항 등 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86% 급감했다. 4월 들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전 지역으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이달에는 매출 감소폭이 90%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쇼핑을 제외한 유통 전반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관광객을 상대하는 면세점업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국가 간 이동 제한과 검역 강화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지난해와 비교해 98% 감소하는 등 개항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관광객은 씨가 말랐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올해 1~2월 국내 면세점 매출 현황.ⓒ한국면세점협회 올해 1~2월 국내 면세점 매출 현황.ⓒ한국면세점협회

매출이 85% 이상 급감했지만 월 80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꼬박꼬박 인천공항에 지불해야 상황이다.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에 대해 최대 6개월간 임대료 20%를 인하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의 반발은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인천공항이 내년도 임대료 인하 분을 포기하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인 인하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면세점은 전년도 여객 증감률에 따라 이듬해 임대료를 최대 ±9% 조정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 매출이 급감하는 만큼 내년 임대료는 올해 대비 9% 감소가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6개월 간 20%를 감면 받을 경우 내년도 인하 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올해 감면액과 내년도 인하분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의 임대료 인하 정책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정은 다르다.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해외 주요 공항들은 임대료 50% 인하에서 시작해 최대 전면 면제를 내세운 곳들도 있다.


인천공항과 함께 아시아 3대 공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월부터 6개월 간 고정 임대료 50%를 감면하고, 여객 수가 대폭 감소한 제2, 제3터미널 일부 매장은 이달 말까지 임대료를 면제해준다.


수완나품 등 태국 내 공항 6곳은 고정 임대료 납부 사업자의 경우 올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1년 간 임대료 20%를 감면하고, 매출연동 방식으로 납부하는 사업자에는 올 2월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매출연동액만 납부하도록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공항들도 임대료 면제 혜택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스페인 공항공사는 항공편 감소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터미널 내 상업시설 임대료를 전면 면제해주고 애틀랜타, 덴버, 마이애미, 달라스 등 미국 내 공항들은 최소보장액 납부에서 매출연동제 납부 방식으로 변경해주거나 최소보장액을 면제하는 등 입점 업체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상황이 이러니 글로벌 면세산업 1위의 한국 면세업체들이 되레 안방에서 경쟁력을 잃게 생겼다는 비아냥이 나올만 하다. 인천공항은 연간 전체 면세점 임대료 수익 1조원 중 약 92%를 대기업 면세점으로부터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릿세와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맞바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면세시장 점유율은 2위인 중국과 비교해서도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매달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기업 면세점도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외 주요 공항들도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대대적인 임대료 인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오히려 홀대받는 느낌”이라며 “정부가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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