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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들을 말릴 수 있으랴


입력 2020.04.20 09:00 수정 2020.04.20 07:21        데스크 (desk@dailian.co.kr)

총선 압승의 덫에 걸렸던 노무현

벌써 알통 자랑하는 신 실세들

조심해줄 사람들이 따로 있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당선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당선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서 배우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 당은 2003년 11월 47명으로 출범해서 이듬해 4‧15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하며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4년도 못 채운 2007년 8월에 해체되고 말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언론보도다. 이 당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민주당의 탄핵소추가 몰고 온 역풍으로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으나 바로 그 때문에 단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교만과 독주가 당을 분열의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총선 압승의 덫에 걸렸던 노무현


승리 속에서 오히려 위기를 감지한 사람은 노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는 그해 12월 민주당 인사들의 입각을 시도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효석 의원은 노 대통령으로 부터(김우식 비서실장을 통해) 교육부총리직을 제의 받았다. 그해 총선에서 낙선한 후 미국에 체류 중이던 추미애 전 의원(현 법무부장관)의 경우 이듬해 1월 자신에게도 입각 제의가 있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의 강한 반발로 이른바 ‘소연정(小聯政)’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연정에 대한 미련을 접지 않았다. 2005년 6월 24일 당‧정‧청 수뇌부 인사 11인이 모인 자리에서 민주당‧노동당과의 소연정,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는 데 대한 동의를 전제로 국무총리를 포함, 내각 구성권을 넘기겠다는 제안을 함으로써 정치권에 충격을 안겼다. 8월 25일에는 KBS 주최 ‘국민과의 토론’에서 연정을 위해서라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30일엔 여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2선 후퇴’ ‘임기 단축’ 용의까지 피력하는 등 집착을 보였다. 그러나 이 구상은 그해 9월 7일에 열렸던 여야 영수회담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명확히 거부함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며 한나라당 박 대표를 ‘선거의 여신’으로 만들어줬다. 정부는 급속히 약화됐다. 여당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의 법무장관 기용을 거부하는 기류가 여당 내에 형성된 것 때문에 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당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2006년 8월 6일 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내가 20% 지지 받는 대통령이라고 무시하는 겁니까. 나도 (언젠가는) 뜹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한번 해보려고 대통령을 때려서 잘 된 사람은 하나도 못 봤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듬해 1월부터 열린우리당에서 이탈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당의 와해는 급속히 진전됐다.


벌써 알통 자랑하는 신 실세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도 기록적인 대승의 덫에 걸릴 수도 있는 시기에 들어섰다. △우선 자기주장이 과격하다할 정도로 강하고 정권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 대거 집권여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입했다. 만에 하나 이들이 ‘영구혁명론’이라도 들고 나설 경우 극단적 정쟁구도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권에도 타격을 안기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안쪽으로 줄어들었다. 갈수록 잔여임기는 짧아지는 대신 차기 주자군에 대한 관심은 당내에서 급속히 커질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여당의 대권주자들 사이에 균열이 급격히 커질 개연성이 높다. △청와대의 오만에 따른 독선‧독단‧독주의 정치가 국민 사이에 광범위한 저항연대를 초래할 수 있다. △정권의 승계에 대한 유력주자들 간, 주요 세력들 간의 이해 불일치가 심해지면 문 대통령의 지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친문 대 비문의 집권 경쟁 구도가 뚜렷해질 경우 정권 내 갈등이 야당과의 대결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좌파 전임정권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목소리는 여당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나온다고 하지만 그 ‘조심성’이 다음 국회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힘자랑이 하고 싶어 벌써부터 알통을 드러내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라는 사람은 총선 바로 다음날(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곧 ‘조국수호 집회’였다. 범법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조국은 무죄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무논리의 논리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했었다. 우 대표의 협박도 다르지 않다. 조국을 기소한 그 자체가 유죄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기 무섭게 광화문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했다. 이제 서초동 촛불집회도 촛불혁명으로 불릴 것인가. 혁명에 중독되면 겸손과 자제의 미덕은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조심해줄 사람들이 따로 있지…


조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은 열린민주당 공천으로 떡하니 비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런 다음 제1성이 섬뜩하다. “한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들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 “최소한 저 사악한 것들보다 더럽게 살진 않았다”(18일 자신의 페이스북).


법을 어긴 사람이 공직기강 비서관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코미디다. 명색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증을 ‘면죄부’ 겸 ‘보복 인가장’인 것처럼 말하는 태도 또한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범법 혐의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 ‘더러운 공작’이라면 법이 금하는 행위를 기어이 하는 것은 ‘더러운 삶’이라는 말이겠다. 그 자신은 검찰보다 더 더럽게는 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처럼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당권을 쥐거나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범여 정당들의 교만이 어디까지 뻗칠지 누가 알겠는가. 이들은 누가 말린다고 해서 들을 사람들이 아니다. 약간만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으면 그날부터 정치권, 특히 국회를 휘젓고 다닐 게 뻔하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배운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할 것이다? 믿지 않는 게 좋겠다. 벌써 저렇게 설치는 사람들을 누가 눌러 앉힐 수 있으랴. 문재인 정부의 말년, 아무래도 순조롭긴 틀린 듯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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