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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출 만기보다 신차사이클 단절이 더 위기


입력 2020.04.06 12:21 수정 2020.04.06 12:3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올해 만기 차입금 900억, 마힌드라 지원·자산매각 통해 상환 가능

신차사이클 단절시 '판매 감소-운영비 부담-적자·부채 확대' 악순환

쌍용차 "미래 위해 차입금 상환 유예하고 신차 개발자금 확보 희망”

쌍용자동차 기존 모델 출시시점 및 향후 신차 출시계획. ⓒ데일리안 쌍용자동차 기존 모델 출시시점 및 향후 신차 출시계획. ⓒ데일리안

쌍용자동차가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신규 투자계획 철회로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마힌드라의 지원금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지만 신차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고갈되는 상황은 더 큰 문제다.


주기적으로 신차를 투입해 기존 모델들의 노후화에 따른 판매 감소를 만회하는 신차 사이클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올해 중으로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총 900억원으로, 채권자는 모두 KDB산업은행이다. 당초 올해 7월 만기였던 700억원에 지난해 12월 산은이 만기를 연장해준 200억원도 같은 시기에 상환해야 한다.


회사측은 900억원 수준의 차입금 자체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약속한 400억원의 특별 자금지원에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현금확보를 통해 900억원 정도는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금 부족으로 계획된 시점에 신차를 출시할 수 있을지 여부다. 당초 쌍용차가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으로 제시한 ‘3년간 5000억원’은 대부분 신차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었다.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에 이같은 계획과 함께 자체 자구노력으로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쌍용차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머지 1700억원 가량을 산업은행 등을 통해 지원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봉착한 마힌드라가 추가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만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체 계획이 틀어진 상태다.


신차 출시는 자동차 업계 생명줄...쌍용차 부진도 신차 부재, 기존 모델 노후화 영향


자동차 업체들에게 주기적인 신차 출시는 생명줄과도 같다. 통상 새로운 자동차가 출시된 이후 생애주기는 5~6년, 길어야 8년 가량으로,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나 노후화될수록 판매량은 감소하기 마련이다.


쌍용차와 같이 규모가 작은 회사는 매년 여러 종의 신차를 내놓을 수는 없지만 최소 매년 1종씩은 신차를 내놔야 기존 모델들의 노후화에 따른 판매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올해 1분기 쌍용차 내수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6.0% 감소한 1만7517대에 그친 것도 ‘신차부재’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판매 감소를 3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쌍용차는 3월 판매량마저도 감소하면서 1분기 낙폭이 컸다.


주력 모델인 티볼리와 G4렉스턴은 각각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출시돼 올해로 4~6년차를 맞으며 점차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 이를 만회할 신차가 없으니 쌍용차의 실적 부진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렉스턴스포츠 차체와 프레임을 조립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렉스턴스포츠 차체와 프레임을 조립하고 있다.ⓒ쌍용자동차

문제는 내년 이후다. 당장 내년부터 준중형 SUV 코란도 전기차 모델인 ‘E100’, MPV 코란도 투리스모 후속모델인 ‘A200’, 중형 SUV 카이런 후속모델인 ‘D300’ 등의 신차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이후에는 노후화된 티볼리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도 출시되고, G4렉스턴, 렉스턴스포츠 등도 다시 풀체인치돼 신차 사이클에 합류해야 한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가 끊긴데다,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도 당장 차입금 상환에 급급한 상황이 된다면 신차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신차 1종 개발에는 통상 3000~4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가 출시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운영비용 부담으로 적자와 부채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코란도 전기차 개발 완료, 내년 초 출시...코란도 투리스모 후속도 개발 진행


쌍용차는 그동안 신차에 대한 투자가 일부 이뤄져왔던 만큼 자금 마련에 최선을 다해 신차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코란도 전기차의 경우 이미 개발의 거의 완료된 상태라 추가 자금 소요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전기차는 기술적으로는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하반기에는 전기차 보조금이 상당부분 고갈되기 때문에 출시 시점을 내년 초로 조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지급 규모만큼만 시장이 형성되는 관계로, 물량 측면에서 쌍용차에 큰 도움이 되긴 힘들다.


한때 쌍용차의 효자모델이었던 코란도 투리스모 후속모델은 출시되면 볼륨모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으로, 일부 투자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자금이 소요된다.


카이런 후속모델 역시 소형(티볼리)-준중형(코란도)-대형(G4렉스턴)으로 이어지는 쌍용차 SUV 라인업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할 차종이다. 이 차종은 마힌드라가 자사의 최신 플랫폼인 W601 플랫폼을 무료로 공유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발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신차로 내놓으려면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쌍용차의 생존 여부는 이들 신차의 원활한 출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잘 나가는 자동차 회사도 지속적인 모델 체인지를 통해 신차 사이클을 유지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며 “단기적인 재무상황을 해결하더라도 신차 개발 여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역시 현 시점에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을 차입금 상환보다는 신차 개발에 투자하길 원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은 상환할 수 있고, 그걸로 유동성 위기를 맞는 것도 아니지만 상환을 유예하고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하는 게 회사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차입금 상환이나 유예 여부는 통상 만기 도래 한 달 전부터 채권은행과 논의를 통해 이뤄지며, 올해 만기되는 900억원에 대해서는 오는 6월부터 산은과 쌍용차간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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