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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해태 품으며 업계 1위...“넘어야 할 산 다 넘는다”


입력 2020.04.03 06:00 수정 2020.04.02 16:5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1400억원에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시장 확대 본격 시동

빙그레의 유통망과 해태 스테디셀러 결합으로 시너지 확대

주 소비층 감소‧대체 먹거리 증가 등 빙과시장 정체는 여전히 위험 요인

지난해 여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여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50년 역사의 해태 부라보콘 주인이 빙그레로 바뀐다. 빙과시장 점유율 2위 업체 빙그레가 4위인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사실상 시장 1위 사업자 위치에 올라섰고, 롯데제과와 양강 체재를 구축하게 됐다.


국내 빙과시장을 둘러싼 수두룩한 악재로 업계 전반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빙그레의 역발상 행보가 불황을 타개하고 절대적 업계 1위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해태제과식품의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전량을 14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대로 정해질 예정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식품이 지난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800억원 수준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임유정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임유정 기자

◇해태는 왜 아이스크림을 내놨을까…국내 빙과시장이 축소된 이유


현재 국내 빙과시장의 규모는 계속해서 쪼그라드는 중이다. 지난 2015년 마지막으로 2조원을 넘긴 뒤 시장 규모가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조사를 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규모는 ▲2015년 2조184억원에서 ▲2016년 1조9618억원 ▲2017년 1조6837억원 ▲2018년 1조6322억원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빙과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업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빙과류 시장 축소의 핵심 원인은 주 소비층 감소에 있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소비하는 어린이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6818명으로 1년 전보다 3522명(11.6%)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5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반값 할인이 상시화된 빙과시장의 유통구조 역시 수익성 악화에 크게 일조했다. 동네슈퍼 등이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니 빙과업체들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납품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 유지돼 왔다.


특히 최대 80% 할인까지 내세운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정찰제는 빙과업체들의 숙원사업으로 꼽히지만, 시도할 때마다 유통점주들과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에 막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 때문에 빙과업체들은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동반하는 역효과를 감수해야만 했다.


커피와 같은 대체제 성장의 탓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인당 커피 소비량이 2018년 기준 353잔으로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 132잔 보다 3배 이상 많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각 종 디저트 신제품도 한 몫 했다.


이 가운데, 1인가구 증가와 더불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공략까지 더해지며 빙과류 매출 하락에 속도를 붙였다. SNS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2030세대에 빠르게 파고들었고, 기존 아이스크림을 찾던 고객들도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하나 둘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은 지난해 7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상륙했고, 미국 1위 프리미엄 브랜드 ‘벤앤제리스’도 같은해 9월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또 시시각각 변하며 다양성을 띠는 편의점 PB아이스크림 역시 위협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슈퍼콘 신규 모델로 발탁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 ⓒ빙그레 슈퍼콘 신규 모델로 발탁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 ⓒ빙그레

◇빙그레 이유있는 ‘통 큰’ 투자…1위 굳히기 발판 마련에 공 들여


국내 빙과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빙그레의 합병 소식은 통 큰 결단으로 평가된다. 빙그레는 해태가 친숙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빙그레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해태아이스크림이 생산하는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공급함에 따라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생산 설비를 비롯해 물류와 유통 등을 공유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빙그레는 수년 전부터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독자적 성장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업력과 회사 규모 등에서 해태제과 빙과부문을 가장 적당한 대상으로 보고 인수를 타진해왔다.


빙그레는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목돼 온 국내 빙과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속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발판 마련에도 힘 써왔다. 소매점 별로 들쑥날쑥 왜곡된 가격구조를 깨뜨리고자 가격정찰제를 도입‧확대하고 있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투게더와 엑설런트 등 카톤 아이스크림(떠먹는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도입을 시작으로 지난해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 제과형 아이스크림으로 대폭 확대했다. 향후에도 빙그레는 소비자들의 ‘가격불신’을 해소하고자 이러한 행보를 지속 확장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아이스크림 소비 타깃층 넓히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주 소비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단적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는 1인 가구를 겨냥해 투게더 미니(300ml)제품을 선보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밖에 엑설런트 역시 기존의 벗겨먹는 제품에서 떠먹는 제품으로 용기를 입히고 스푼을 넣어 출시하는 등의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빙그레는 우후죽순 들어선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략을 방어하고,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있는 디저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빙그레의 프리미엄 제품 ‘끌레도르’는 올해 전면 리뉴얼 작업을 앞두고 있는데,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는 등 양과 질 개선에 초점을 두고 고급화 시키는데 공을 들일 작정이다.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행보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바 아이스크림에서는 ‘메로나’가, 떠먹는 아이스크림에서는 ‘투게더’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지만 콘 아이스크림 부문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8년 4월에는 ‘슈퍼콘’을 야심차게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젊은층 유입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보폭을 넓혀왔다. 빙그레는 화제의 인물을 섭외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붕어싸만코·빵또아’ 모델로 펭수를 앞세웠고, 이를 통해 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0% 이상 증가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까지 모델로 기용한 마케팅 활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슈퍼콘 매출 증대와 인지도 제고 등 큰 성과를 냈으며, 올해 역시 큰 화제를 일으킨 유산슬을 모델로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국내 빙과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없어질 시장은 아니다”면서 “빙과매출은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비중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안 된다고 접을 순 없고 오히려 박차를 가하고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등 친숙한 브랜드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빙그레가 잘하던 마케팅이라든지 유통망 등을 활용해 글로벌 사업 역시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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