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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하빕 vs 퍼거슨, 붙지 않은 라이벌 '2승1무2패?'

  • [데일리안] 입력 2020.04.05 20:48
  • 수정 2020.04.06 02:06
  • 김종수 객원기자

[UFC] 하빕 누르마고메도프-토니 퍼거슨전은 또 무산됐다. ⓒ 뉴시스[UFC] 하빕 누르마고메도프-토니 퍼거슨전은 또 무산됐다. ⓒ 뉴시스

프로복싱 헤비급의 한 획을 그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는 세기의 라이벌로 불린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프로로 전향한 둘은 70년대 복싱 헤비급의 황금기를 불러왔다. 역사에 남을 빼어난 복서였던 둘의 파이팅 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알리가 191cm의 신장에 스피드를 앞세워 예술적인 아웃복싱을 선보였고, 프레이저는 신장(182cm)은 크지 않지만 투지를 앞세운 저돌적 돌파가 돋보이는 당대 최고의 스워머로 이름을 떨쳤다. 라이벌 의식이 강했던 둘은 맞붙었을 때 강한 승리욕을 불태웠다.


최종적으로 알리가 2승1패의 상대전적으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매 경기 팬들을 열광케 했던 둘의 승부는 지금까지도 격투계 최고의 라이벌 관계로 회자되고 있다. 80년대 'NBA(미프로농구)' 흥행을 이끌었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 구도가 그러했듯, 슈퍼스타 둘의 합으로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라이벌이라는 존재는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도 큰 볼거리다. 세계 최고 MMA 단체 UFC에서도 그런 라이벌 관계가 있고, 이는 고스란히 흥행으로 연결됐다. 비제이 펜-맷 휴즈, 척 리델-랜디 커투어, 케인 벨라스케즈-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파이팅 스타일, 캐릭터 등에서 차별화가 확실했던 이들은 승패를 주고받으며 해당 체급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캐릭터+기량, 최고의 라이벌 조합


선수층이 두꺼운 UFC 라이트급에서 최대 라이벌(?)을 꼽으라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와 토니 퍼거슨(36·미국)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무패 행진 챔피언 누르마고메도프는 라이트급 현존 최강을 넘어 역대 최고의 위치를 넘보고 있다. 승률뿐만 아니라 경기내용 또한 압도적이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전형적인 압박형 그래플러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한 덕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완력도 체급 최고 수준이라 라이트급에서 폭군 수준의 그래플링을 과시하고 있다. 타격가, 주짓떼로는 물론 같은 레슬러조차 그라운드에서 굴려버릴 정도로 급이 다른 파워 그래플링을 구사한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과거 클래식 시절의 레슬러들처럼 데미지를 각오하고 정면에서 파고들지 않는다. 인아웃은 물론 사이드 스텝까지 좋고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까지 발전, 다양한 레퍼토리로 상대의 방어 시스템을 흔들어놓는다. A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하면 B로 들어가고, B를 대비하면 C, D로 공략하거나 A로 다시 허를 찌른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레슬링, 삼보, 유도 등 본인이 수련한 다양한 베이스를 고르게 섞어가며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간다. 싱글 레그, 더블 레그 태클을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가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으며 태클거리도 길다. 상체가 서로 맞닿은 상태에서는 다양한 다리 기술과 중심 흔들기 등 유도식 기술이 빛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기술, 전략이 잘 통하지 않아도 힘을 통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퍼거슨은 그런 누르마고메도프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렸다. 알리와 프레이저가 그랬듯, 퍼거슨과 누르마고메도프는 파이팅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타격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전천후 압박형 그래플러라면, 퍼거슨은 변칙적 타격이 돋보이는 공격형 주짓떼로다.


신장(182.88cm), 리치(194cm) 등 퍼거슨의 사이즈는 체급 내에서 아주 좋은 편이다. 보통 이런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는 거리를 두고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퍼거슨은 다르다. 적극적으로 전진스텝을 밟으며 상대를 압박하고 또 압박한다. 공격옵션이 다양한 선수가 사이즈까지 좋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다.


발화점도 서로 다르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우직하게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해 종료공이 울릴 때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운영한다. 좀처럼 빈틈을 허용하지 않아 어렵사리 버티어낸다 해도 반격 타이밍을 잡아내기 힘든 유형이다.


반면 퍼거슨은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하다. 진흙탕 싸움을 즐기는 싸움꾼 스타일이다. 그로인해 다소 몸이 덜 풀린 경기 초반에는 뻣뻣한 움직임으로 인해 위험한 순간도 종종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압도한다. 기량에 더해 맷집과 체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플레이 스타일이다.


때문에 누르마고메도프와 퍼거슨은 이전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까다로운 상대로 꼽혔다. 우직한 누르마고메도프가 초반 경기를 주도하고, 중반 이후 제대로 불이 붙는 퍼거슨이 자신의 파이팅 스타일을 펼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상위 압박에 능한 누르마고메도프와 하위에서의 공격적 대처가 인상적인 퍼거슨의 그래플링 싸움도 팬들 사이에서 주요한 논쟁거리다.


이번에도 성사되지 못한 하빕-퍼거슨전. 화이트 대표 트위터이번에도 성사되지 못한 하빕-퍼거슨전. 화이트 대표 트위터

붙지 않았지만 최고의 라이벌? 5번째 대결도 무산


캐릭터, 기량만 놓고 보면 둘은 현 라이트급 최고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다. 전 체급 통틀어도 이만큼 궁합이 맞는 맞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가 언급될 때마다 팬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붙기만 한다면 좋은 그림이 보장되는 빅매치 중 빅매치다. ‘괴물(누르마고메도프)과 귀신(퍼거슨)의 싸움이다’는 말이 딱 맞는 승부다.


문제는 둘의 경기는 지금껏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4차례나 대진이 잡혔음에도 부상 및 감량 과정에서의 건강 이상 등으로 번번이 매치업이 취소됐다. 라이벌(?)답게 서로 두 번씩 경기 취소의 원인을 제공,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다. 팬들의 기다림만 더욱 커졌다.


그리고 다시 경기 일정이 잡혔다. 오는 19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센터서 열릴 예정이었던 ‘UFC 249’ 메인이벤트가 그 무대다. 쟁쟁한 중량급 매치업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또 불발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앞에 뉴욕에서의 맞대결은 취소됐다. 다섯 번째 불발이다. 아쉬움은 크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전염병이라 어쩔 수 없다.


문제는 퍼거슨의 적지 않은 나이다. 1984년생 퍼거슨은 파이터로서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체력적, 신체적 데미지를 안고 싸우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언제 하락세를 그려도 이상하지 않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채 맞붙는 그림이다. 퍼거슨의 노쇠화가 시작되면 더 이상 둘의 맞대결은 의미가 없다.


장소를 변경해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더라도 성사시키겠다는 화이트 대표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로서는 대회가 열리는 시점까지 (러시아를)떠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역사에 남을 라이트급 최고의 빅매치는 사실상 또 날아갔다.


“싸우지도 않고 2승2패1무가 된 것 아니냐” “훗날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세기의 스토리로 나올 것 같다”는 등 팬들의 한숨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삼킨 빅매치의 씁쓸한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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